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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충격적인 실제 행동 넘어갈 것"...핵 및 ICBM 시험 재개 예고

金 "대방없는 공약 매여있을 근거 없어"

1년8개월만 핵 및 경제 병진노선 회귀

"美, 입장따라 조정" 대화 여지는 남겨

자력갱생 구상 핵심 중러관계의식한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인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예고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대미 강경 노선을 밝히면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당장 ICBM 발사로 북미 대화 판을 깨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는 결코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대화를 불순한 목적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와 ICBM 시험 중단 등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선제적 중대조치들’에 미국이 한미군사연습과 첨단무기 도입, 추가 제재로 응답했다며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세계앞에 증명해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조건에서 지켜주는 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경청하는 참석자들./연합뉴스


그는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시적 경제성과와 복락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며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새 전략무기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전략무기가 일반적으로 핵무기와 핵을 운반할 수단인 ICBM,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을 의미하는 만큼 ICBM 발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재선을 최우선 목표로 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성과로 북한의 핵·ICBM 발사 중단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새 전략무기 시험에 나설 경우 북미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 핵억제력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북한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쉽게 폐기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기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연합뉴스


다만 김 위원장은 당장 ICBM 발사를 통해 북미 대화 판을 깨기보다 정세를 파악하면서 선대인 김정일 생일(2월 16일·광명성절) 또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태양절) 등 정치적 상징성이 큰 기념일에 실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과 대화 여지를 남겼다. 이어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게 돼있다”고 밝힌 것도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연말 시한이 지났음에도 미국과의 대화 판을 유지하는 것은 중러와의 외교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중러는 북한의 핵·ICBM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ICBM을 발사할 경우 중러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러의 제재는 사실상 관광사업을 통한 김 위원장의 자력갱생 구상의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대미 강경 기조를 밝히면서도 북미 대화 판은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설맞이 축하 공연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실제 김 위원장은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우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인정했다. 그는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다”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을 그 무엇과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더 굳게 결심하였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정서에 명시된 순서로만 보면 전략무기개발보다 경제발전의 비중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정권 입장에서 내부적으로는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의미 있는 대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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