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대표적인 좌파로 불리던 브라질의 노동자당이 집권 13년 8개월 만에 권력형 부패사건으로 물러나고, 2019년 1월 초 우파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가 출범했다. 평론가들은 보우소나루 당선은 노동자당 부패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정반대 정책을 내놓은 보우소나루에게 투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2010년까지 8년 집권 이후 퇴임 당시 지지율이 87%를 기록하고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도 임기 중 탄핵 당했지만 2014년 대선에서 재임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당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반영한다.
대대적 지지를 받았던 노동자당이 패배한 결정적 요인은 일명 ‘라바자투(차 세척 고압분사기)’ 작전으로 불린 부패수사였다. 이 권력형 부패수사는 대통령과 상·하원의장을 비롯한 거물정치인뿐만 아니라 뇌물을 건넨 건설기업 사주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400명 이상 기소되고 150명 이상이 실형을 선고받고, 연루된 금액이 8조헤알(약 2조달러)이라고 하니 그 엄청난 규모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라바자투 수사는 크게 두 가지를 바꿔놓았다. 첫째, 유력 정치인도 부패를 저지르면 감옥에 간다는 교훈을 남겼다. 룰라 전 대통령이 2018년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을 선고받은 것은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둘째, 브라질 주요 대형 건설기업들의 쇠퇴를 가져왔다. 브라질에는 일명 ‘빅(Big) 5’라고 불리는 5개 건설기업들이 있다. 오데브레히트(Odebrecht), OAS, 카마고 꼬레아(Camargo Correa), 안드라데 구티에레스(Andrade Gutierrez), 케이로즈 갈바웅(Queiroz Galvao)이 그들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라바자투 부패사건에 연루돼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았고, 사주들 대부분은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일정 기간 정부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국내외에서 뇌물을 건네며 입찰을 따내고 이익을 누렸던 이들이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브라질은 경기둔화와 맞물려 인프라 시장 침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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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정치에서 소통 문제로 다소 불협화음이 있지만,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은 엄격히 추진되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이제 바닥을 찍고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2020년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4%, 미국 달러 대비 브라질 화폐가치는 4헤알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인프라 건설자금 확보를 위해 국영기업들의 민영화를 실시하고, 정부가 운영하던 인프라 사업을 민간에 이양하며 주요 입찰에서 기업이 자금을 대고 장기간 운영해 수익을 가져가는 민관협력사업(PPP) 프로젝트를 선호한다.
국제금융과 다국적 기업들은 브라질 정부가 자유경제정책을 시행하고, 수십년간 논의만 됐던 연금개혁을 보우소나루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 만에 완수한 데 이어 국영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에 주목해 브라질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장기적 인프라 입찰사업에 지속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북동부 바이아주가 실시한 살바도르-이타파리카 교량 건설 입찰에서 중국 3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단독 제출해 수주를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투자규모 13억2,500만달러, 5년 건설, 30년간 운영해 수익을 가져가는 PPP다.
2018년 브라질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는 43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중국·홍콩 다음이다. 브라질의 경제적 잠재력은 다시 얘기하면 사족이 될 것이다. 브라질의 유력한 건설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때, 우리도 브라질 인프라 시장에 들어가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 기회의 창은 열렸을 때 빨리 뛰어들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금방 닫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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