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온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쟁 불사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양측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은 이란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자칫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위험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5일 “(호르무즈 해협은) 저희한테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안전한 항해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에 변함없고 관련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6일 외교부 주재로 관계기관과 중동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우리 경제, 안보, 대외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총 점검하는 실무대책회의를 연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문제를 논의할 겸해서 6일 오전에 관계부처 대책 회의를 연다”며 “산업부·국토부·해경차원의 협력 강화 등 각 부처가 취하고 있는 조치 검토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관계부처 회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달 중순 아덴만 해역에 도착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400톤)이 2월부터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해 대해적 작전을 하게 되는데 일각에서는 왕건함의 작전지역이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돼왔다.
일각에선 설사 정부가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하는 방식의 파병을 추진한다 해도 이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회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으로서는 난항을 겪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공조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청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이 결정될 경우 우리 교민의 안전문제에 대해 “우리 재외국민의 안전을 증진시킬 것이냐는 상황이 됐을 때의 정세판단”이라며 “그 정세판단에 기초해 적절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구경우·박우인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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