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사진)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구역 해제가 서울의 심각한 주택 공급난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내용이 본지 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서울시는 즉각 반박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과다 추정된 수치이며, 정비구역 해제가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본지는 이에 따라 이 교수에 서울시의 이 같은 분석 논리가 맞는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서울시의 분석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지금은 도시재생에 힘쓸 시점은 아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가 이런 논리를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현재 서울 주택시장 불안이 정비사업 출구 전략으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는 2008년 이후 주택 침체기에 비교해 줄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주택 경기 사이클(통상 10년)을 감안, 시계열을 20년으로 놓고 보면 과거 상승기의 인허가 물량에 비해서는 턱도 없다”고 말했다.
시는 재개발로 늘어가는 가구 수가 3%에 불과해 정비사업구역 해제가 주택 공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그는 “재개발로 가구 수가 3% 늘어난다는 주장은 신뢰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보문 등 재개발 구역의 사업 전·후 인구밀도를 비교한 수치를 제시했다. 이 교수가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보문 3구역의 경우 재개발 전 가구밀도가 ㏊당 273가구였지만 재개발 완료 후 393가구로 44%가 늘었다. 보문4구역도 663가구에서 853가구로 29%가 늘었다. 서울시가 제시한 3%와는 차이가 큰 수치다.
시는 자체 산정한 근거로 연 평균 7만~8만 가구 정도의 공급이 적정하다고 보는 반면 이 교수는 연 평균 12만 가구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반박했다. 시는 주택 산정량 방식으로 ‘멘큐-웨일 모형’을 사용했다. 멘큐-웨일 모델은 나이 대별 주거 소비량이 정해진다고 가정하고, 미래 인구 예측치를 기반으로 장래 필요한 총 주택면적을 구하는 방식이다.
그는 “미래 인구 추계는 결국 기존 인구 증감 추이에 기반해 예측하는 것인데 문제는 서울시의 경우 연간 4~5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과거 10년간 주택 공급이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든 것인데,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면 주택 수요가 과소평가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인구가 준 서울은 계속 주택 수요가 줄고, 인구가 늘어난 남양주는 앞으로도 계속 주택이 더 지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접근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교수는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 한계’ 보고서에서 정비사업이 구역해제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2026년까지 서울에 24만 8,889가구의 새 아파트가 공급됐을 것이란 수치를 도출해냈다. 또 서울이 중심 도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12만956가구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는 결과도 보고서에 담았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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