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이 추진되는 등 중도·보수 대통합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도·보수 진영 정당·시민단체는 그동안 중도·보수 ‘빅텐트’를 세우는 데 걸림돌로 제기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보다는 4·15 총선을 위해 한데 뭉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새보수당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 재건 3원칙에 동의하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조건을 걸면서 중도·보수 통합 논의가 결실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정당·시민사회 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추위 위원장은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형준 정치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 의장이 맡는다. 통추위 구성 및 위원장 선임과 함께 이날 회의에서 결의한 내용 가운데 하나는 ‘대통합 정신을 담고 실천할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 통합의 장애물로 꼽혀온 탄핵 찬반 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 탄핵 문제가 총선 승리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결의했다. 대통합의 원칙은 혁신·통합으로 세대를 넘어 청년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시대적 가치인 자유·공정을 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중도·보수 진영 내 정당은 물론 시민단체가 4·15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데 뭉쳐야 한다는 데 큰 틀에서 합의하면서 중도·보수 빅텐트의 밑그림을 그릴 준비작업에 착수한 셈이다.
그러나 새보수당이 같은 날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중도·보수 대통합 기류에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의 확고한 약속과 언급 없이는 통합 대화를 시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수재건 3원칙’에 기반해 통추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에 대한 황 대표의 공개적 확답이 있어야 참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보수재건 3원칙을 공개적으로 수용한다는 황 대표의 입장 표명 이후 통추위 역할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인선 등 구성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게 하 책임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형준 통추위 위원장은 “합의 사항에 대해 황 대표가 공개적으로 뜻을 표명할 수 있도록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황 대표는 새보수당이 내건 조건에 대한 기사들의 질문에 “보수 통합 과정에 있는데, 여러 건의를 할 것이다. 잘 아우러져서 자유시민 세력들의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모호한 답변만 내놓았다.
한편 박 위원장은 최근 정치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협상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해 접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현덕·방진혁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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