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4~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재개되는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부유한 나라’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문제의 ‘5억 달러’ 발언도 또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병력을) 더 보내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그에 대해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문제를 꺼냈다. 그는 “한국은 우리에게 5억 달러를 줬다. 그들은 우리에게 5억 달러를 줬다”며 “나는 ‘당신들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 우리는 당신들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한국에 3만2,000명의 병사를 주둔시키고 있다. 당신들은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5억 달러를 줬다”고 되풀이했다. 그는 또 “나는 ‘봐라.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주고 있다. 당신들은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5억 달러를 지불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이 지불할 예정”이라고 추가 대폭 인상을 압박했다. 실제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2만8,500명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3만2,000명’으로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그들은 부유한 나라”라고 거듭 말한 뒤 “그들은 여러분의 텔레비전 세트 모두를 만든다. 그들은 우리한테서 뺏어가 버렸다. 그들은 선박을 건설한다. 그들은 많은 것들을 건설해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분담금에 대해 합의하고 가서명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2월 12일 각료회의에서 “그들은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 전화 몇 통에 5억 달러”라며 실제와 맞지 않는 수치를 언급,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국이 지난해 2월 제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합의한 액수는 전년도(9,602억원)보다 787억원(8.2%) 증액된 1조389억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억 달러와는 엄청난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에 이어 이날도 문제의 ‘5억 달러’ 발언을 계속 꺼냈다. 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특유의 과장 화법의 연장 선상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오는 14∼15일 이틀간 미국의 안방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6번째 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은 앞서 지난해 12월 17∼18일 열린 5차 회의를 통해 일정 부분 입장차를 좁혔지만, 여전히 간극이 큰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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