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4% 안팎에서, 올해보다 인상폭이 조금 큰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동결이나 삭감 주장이 나오지만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4% 정도가 ‘미니멈(최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문성현 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올해는 이전만큼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오는 8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다.
그는 ‘제1노총’ 자리에 오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명실상부한 사회적 대화기구가 경사노위뿐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지금으로서는 민주노총 참여 여부보다 경사노위 주체들끼리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얼마나 의미 있는 논의를 하고 결론을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민주노총을 향해 제1노총에 걸맞게 사회적 대화 요구에 응답하는 동시에 조합원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조합원으로 들어온 공공 부문 공무직(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과 격차 문제를 풀려면 결국 사회적 대화를 통할 수밖에 없다”며 “투쟁이냐 경사노위 참여냐, 아니면 제3의 방안을 통한 법 개정이냐의 대안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이뤄졌으며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대담=최형욱 사회부장 choihuk@sedaily.com
-민주노총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기자간담회, 언론 인터뷰에서 경사노위의 설립 취지가 훼손됐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노사정 이외의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경사노위는 유일하게 법적으로 정해진 사회적 대화기구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경사노위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이 대안으로 산별교섭 등 기존 교섭창구의 활용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사회적 대화와는 다르다. 일자리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니 사회적 대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은 의견 개진의 창구로 노동계가 빠져도 의결이 가능하지만 경사노위는 노동계가 빠지면 법상 의결 자체가 안 된다.
-제1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데 따른 대표성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대표성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한국노총·경총 등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주체들이 적절한 내용적 합의를 끌어내면 된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틀에서 빠져나왔을 뿐이다. 스포츠 대회를 예로 들자. 한 팀이 대회에 참여하지 않아 나머지끼리 토너먼트를 했을 때, 빠진 팀이 경기 내용과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설립을 이끈 선배로서 제1노총이 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역사적 흐름을 보면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그 시점이 당겨졌을 따름이다. 현재 법외 노조인 전교조까지 합하면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되는 것은 확고하다. 하지만 제1노총이 된 데 따른 사회적 책임 외에 새로 합류한 조합원들에 대한 책임이라는 큰 짐도 지게 됐다.
-최근 올해가 사회적 대화에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사노위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받거나 무용론이 심해질 것이다. 성과가 있으면 민주노총에서도 경사노위에 참여하자는 여론이 알아서 만들어질 것이다.
-올해도 노사 갈등이 만만찮아 보인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가 올해 노사관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공공 부문에서 정규직화된 공무직의 처우 개선 문제가 주된 마찰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민주노총에 들어온 공공 부문 비정규직이 약 10만명이다. 이들의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개별 공공기관 차원에서는 불가능하고, 사용자 역할을 하는 정부와 부딪쳐야 한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창구가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라는 점을 민주노총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노조가 상생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등의 노력을 하면 정부도 화답해줘야 한다. 민간 부문에서도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것과 같이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 같다.
-경사노위는 공공기관 직무급제 같은 임금체계 개편도 논의 중인데.
△역시 큰 논쟁을 부를 것이다. 현재의 노동시장 양극화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정년연장 등을 논의하려면 비용부담이 큰 호봉제를 건드려야 한다. 적어도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의 기울기를 낮추되 취업 시점부터 정년퇴직까지 받게 되는 임금 총액은 그대로 해서 생애임금곡선을 평평하게 하자는 논의를 늦출 수 없다. 현재 일하는 사람들은 현 체계를 유지하고 정년퇴직하되 적어도 오는 2025년부터 취업하는 이들은 새 시스템을 적용하자는 노사정 합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올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제 감으로는 그 사안들은 거의 정리됐다고 판단한다. 2017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모든 문제가 최저임금 탓이었다. ‘기승전 최저임금’이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 수준에서 결정됐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늘었다. 노동계 입장에서 반발할 수 있겠지만 3년간 30%가량 오르지 않았나. 확대된 산입범위를 포함해 최저임금을 점검하면 시급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판단된다. 큰 틀에서 보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도 지난해까지 매우 시끄러웠다.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 중소기업에 정부가 계도기간을 1년 주기로 했으니 적어도 올해는 이를 두고 갈등이 생기지 않으리라 본다. 바쁠 때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했으니 쓸 수도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를 둘러싼 마찰요인의 90%는 해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도 조직노동자에 기반한 사회주의 계열 정당이 퇴조하고 노조 조직률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귀족노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국가든 노조가 투쟁·교섭으로 사회안전망을 정착시키면 조직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굳이 노조를 할 필요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서유럽 노조 조직률도 20% 수준이다. 국내의 경우 대공장들은 노조가 다 있지만 300~500인 사업장에서는 조직률이 20~30% 수준일 수 있다. 아마도 중소기업에서는 노조를 만들어 투쟁해도 기업 사정이 뻔하니까 얻을 게 없는 것 같다는 학습효과가 30년 넘게 형성된 것 같다.
-중소기업이나 그 외 미조직 노동자들과 대공장 노조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사실 한국 노동운동의 단점은 기업별 노조의 구조적 문제다. 기존에 소외됐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이 노조를 조직한 게 이에 대한 도전으로, 왜곡된 질서를 바꿀 하나의 모멘텀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조직 이기주의가 구조적 문제라는 뜻인지.
△기업별 노조 체제의 필연이다. 민주노동당 대표 시절 정규직들이 본인 임금 중 일정 비율을 내 노사정 기금을 만들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제안했다가 대공장 노조의 거부로 무산됐다. 노동 내부에서도 기득권을 갖게 되면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는 ‘귀족노조’라고 욕하기보다 그분들을 변화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나는 좋은 회사에 들어와서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당연히 대접받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대충 일해서 중소기업에서 덜 받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100년이 걸리면 1년에 1%씩만 고쳐도 좋다.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민간기업에 퍼질 수 있다며 거부감이 크다.
△노동이사제는 기업이 어려울 때 노사가 공동책임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회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노동자가 노조를 통해 알게 되면 먼저 임금을 깎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투명경영을 통한 노사 신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노동자는 ‘일만 열심히 해서’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모른다. 노조 입장에서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 자동화 등이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려면 경영을 알아야 한다. 노조 역시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상 기밀을 빼내 교섭 등에 써먹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를 비롯한 지역상생형 일자리 대타협에 심혈을 기울여왔는데.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 모두 잘돼야 한다. 지금 같은 노사관계로는 국내에서 미래형 자동차산업을 할 수 없다. 이 정도의 임금 수준에서 노사관계도 안정되면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 없이 미래형 차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미래 노사관계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처럼 원·하청의 평균 임금을 비슷하게 하고 노사관계도 상생 협력하면 지방정부는 주거·교육·보육·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등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해외 진출의 시스템으로도 삼을 수 있다.
-경사노위가 다루는 의제 가운데 중요성에 비해 덜 알려져 아쉬운 게 있다면.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다. 양극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노동의 양극화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 해결에 100년이 걸리더라도 논의해야 한다. 업종·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니 양극화 극복의 사례를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임금을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올리는 대신 노사가 매칭 형태로 기금을 만들어 하청업체의 처우 개선에 쓰고 있다. 양극화를 이야기할 때 ‘유연안정성’ 개념도 정착시키고 넘어가야 한다. 경영상황에 따라 적절히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하는 것은 맞다.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회사에 무조건 매달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사회적 안전망도 있어야 한다. 회사를 떠나도 집세·병원비나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없어야 노동시장 내외부의 유연화도 가능하다.
/정리=박준호·변재현기자 violator@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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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경남 함양 △1975년 서울대 경영학과 △1985년 통일(현 S&T중공업) 노조위원장 △1988년 경남노동자협의회 의장 △1989년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 △1999년 민주노총 전국금속연맹 위원장 △2000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2004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2006년 민주노동당 대표 △2012년 민주통합당 18대 대선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2017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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