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변호사 열전] 특허 분야

기업의 자산은 거대한 생산시설이나 높은 빌딩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최근 들어서는 특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권(IP)의 가치가 기업의 실제 자산을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기업 간 분쟁은 이미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와 해외 시장 확대 등에 따라 기업의 법률자문에 있어 지식재산권 전문성은 법무법인(로펌)의 위상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법무법인 세종의 IP그룹에서 특허·영업비밀팀 팀장을 맡고 있는 임보경(50·사법연수원30기) 파트너변호사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세종의 간판 스타다. 임 변호사는 2001년도에 세종에 입사한 이래 20년간 줄곧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전문가다. 특허는 물론 영업비밀과 상표,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도맡고 있다. 특히 제약·화학 관련 특허 사건은 그의 주종목이다. 임 변호사는 변리사 시험에 먼저 합격한 뒤 변호사가 된 특이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2018년 코스맥스와 아모레퍼시픽 간의 ‘에어쿠션 특허침해·무효 소송’ 사건에서 코스맥스 측의 완승을 이끈 것은 임 변호사의 대표 업적이다. 당시 대법원까지 간 치열한 분쟁 속에서 임 변호사는 아모레퍼시픽의 특허를 무효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미약품-한국릴리 간 국내 첫 오리지널 약가 인하 책임소재 분쟁 소송에서 한미약품 측을 대리해 1·2심에서 모두 한미약품의 승소를 끌어낸 것도 그의 작품이다.

법무법인 화우에서는 권동주(51·26기) 파트너변호사가 특허 전문가로 첫손에 꼽힌다. 판사 출신인 그는 대법원 지식재산권조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등법원, 특허법원 등에서 근무하며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만 무려 500여 건을 다뤘다. 2016년 특허법원 대등재판부 제1호 고등법원 판사 경력 소유자기도 하다. 대법원 국제규범연구반 내 지식재산권연구반장을 맡아 지식재산권 분야 글로벌 이슈에 관해 연구도 주도했다.

2018년 3월 화우 지식재산권팀장으로 합류한 권 변호사는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다양한 분야에서 승소 실적을 올렸다. 하이트진로를 대리해 ‘테라’ 맥주병에 관한 특허분쟁 사건에서 완승을 이끌어 낸 것은 그 대표작이다. 지난해 5월에는 초기 기획 업무를 수행한 광고대행사가 계약이 종료되자 TV 광고 콘티 등에 대해 저작권 등을 주장한 사건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를 대리해 1심에서 승소를 끌어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침해조사자문단장을 맡기도 했다.

법무법인 지평에서는 IP·IT팀에서 활동하는 성창익(51·24기) 파트너변호사가 지식재산권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특허법원 판사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기술자를 꿈꾸다 진로를 바꿔 법조인이 된 케이스다. 2018년 4월 건설기술 특허 사건에서 특허청구 범위의 정정 허용 기준을 정립하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은 손꼽히는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모바일 앱 제작과 관련해 저작권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프로그래머를 변호해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검사도 무죄 판결에 승복해 항소하지 않은 드문 사례였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 간 냉면 포장 형태에 관한 분쟁이 특허청에 부정경쟁행위로 신고된 사건을 맡아 형태 보호기간 경과, 실질적 동일성 결여 등의 논리를 펼쳐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결정을 얻어냈다. 성 변호사는 “특허, 영업비밀 등은 최첨단 기술과 관련된 업무인 만큼 기술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창의적이면서 치밀한 논리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