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공공문제 해결 차원에서 세금을 일부 투입하고 혁신플랫폼 이익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갈등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장(코자자 대표)은 공유경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 공유경제 유니콘이 많이 생겼는데다 세계 공유경제 시장이 통합되고 독점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국내 시장을 다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 협회장은 “네거티브 규제를 갖고 있다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만큼 정부가 큰 그림을 그려 적극적으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거미줄 규제 속에서도 8년간 공유숙박 업체를 운영해온 그를 지난 10일 서울시 종로구의 서울경제 본사로 초청해 공유경제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 숙박도 가능해졌는데.
△외국인도시민박법이 2011년 11월에 만들어져 2012년 공유숙박 업체 코자자를 설립했다. 하지만 내국인 숙박은 불법이라 에어비앤비에 비해 차별화가 쉽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법이 잘못됐다며 한국에서 내국인 숙박을 마음대로 해도 단속이 어려워 방치하니 경쟁이 안 됐다. 지난 8년간 블록체인, 한옥 특화 등 거의 모든 것을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8년 동안 법은 한 줄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샌드박스를 권유해 준비했는데 어렵사리 통과됐다. 지하철역 1㎞, 4,000명의 호스트 내에서 내국인 숙박도 연 180일간 가능해졌다. 외국 기업은 국내 법을 무시하면서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은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뭔가 해보려는데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숙박중앙회가 반대했었다. 결국 문체부가 양보해 규제 특례가 통과됐다. 어찌 됐든 샌드박스를 통해 숨통이 트였고, 제약이 있지만 이제는 해볼 만하다.
-에어비앤비가 태어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공유숙박을 얼마나 허용하나.
△샌프란시스코는 1년 내내 내외국인 숙박을 모두 허용하지만 180일은 자기가 살면서 공유를 해야 한다. 6개월은 독채도 빌려줄 수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내국인 숙박을 불법화한 나라는 191개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에서라도 특화해 힘을 키울 수 있는 것을 제도가 아예 막은 것이다. 글로벌 사업자에게만 역차별로 특혜를 준 셈이다.
-공유숙박과 기존 숙박 업체 사이에 마찰이 있나.
△우리 규제 시스템이 네거티브 시스템이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이어서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180일 동안 누구든지 숙박공유를 할 수 있도록 한 도시민박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3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대한숙박중앙회가 가서 (로비를) 하니 법이 통과되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산업이 진화할 수 없게끔 제도가 돼 있으니 문제다. 이 한계를 풀자고 규제 샌드박스가 생겼다. 공유교통·공유차량에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기도 전에 갈등이 벌어졌다.
-공유경제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공유경제는 우리가 반드시 갈 수밖에 없는 길임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교통을 공유하면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편하고 싸게 누릴 수 있다. 숙박을 공유하면 관광이 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동네여행으로 바뀌며 수요가 급증한다.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다. 공유경제가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공유교통의 경우 혁신적인 새 성장엔진을 갖게 되고 차량이 25~35%가량 줄면서 체증과 미세먼지 등 공해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의 문제라는 얘기다. 갈등구조를 푸는 것은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그림의 한 부분이 된다.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도 투입할 수 있다는 논리가 생긴다. 그러면 서울 개인택시 기사분들의 60% 정도를 보상해줄 수 있다. 나머지 40%는 혁신 공유 플랫폼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기금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 세금을 지원해도 사회가 진화하면 플러스섬 게임이 된다. 갈등을 양자 간의 제로섬 게임으로 보니 답이 없는 것이다. 먼저 큰 그림을 그리고 돈을 넣고, 그다음 커뮤니케이션을 해가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유경제 갈등을 푸는 것은 숙의민주주의다.
-전체 경제의 절반 이상이 공유경제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엔드 유저(최종 소비자)가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절반이 아니라 전체가 공유경제로 갈 수 있다. 불가피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소비자가 요구하기 때문이다. 둘째 과잉생산·과잉소비를 하게 되는 자본주의로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셋째 고용, 인구절벽, 공해, 140만채의 전국 빈집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 이들의 해결 방법은 공유경제밖에 없다. 가능한 빨리 가는 게 좋다. 어느 나라의 경제 수준은 그 나라의 공유경제 수준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정부가 혁신성장, 4차 산업혁명, 소득주도 성장을 부르짖고 있는데 거의 그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공유경제다. 개인들이 유휴자원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소득을 늘려 경제 성장으로 가게 돕는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국내 시장을 얼마나 장악하고 있나.
△에어비앤비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추정해보면 객실이 한국에 4만~5만개, 서울에만 2만개이고, 사용자는 400만명(2018년 기준) 정도다. 서울시에 외국인을 위한 호텔이 2016년 기준 5만객실 정도이니 엄청난 규모로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공유숙박 부문에서는 어떻게 큰 그림을 그려야 하나.
△관광산업 자체를 기술 중심의 스마트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외국인이 쓰는 지도에 스토리를 넣는 것이다. 특별히 하드웨어에 투자하지 않아도 관광산업의 인프라를 싹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숙박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호텔 말고 동네에 머물려고 하는 수요 때문이다. 동네관광이 되도록 스마트관광을 하고 공유숙박을 하면 관광객이 연 1,500만명에서 3,000만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 대한숙박중앙회도 대실수요가 늘어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교통공사와 함께 외국인 자유이용권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전체 산업을 진화시키는 쪽으로 해야 한다.
-공유경제 유니콘들로는 어떤 게 있나.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는 스타트업 5개를 들면 그중 4개가 공유경제 기업이었다. 우버·디디추싱·위워크·에어비앤비다. 우버는 기업가치가 140조원까지 됐다가 논란이 되면서 70조~80조원으로 줄었다. 공유교통의 디디추싱도 70조~80조원,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55조원 정도 했었는데 최고경영자(CEO) 문제로 가치가 뚝 떨어졌다. 에어비앤비는 60조원 정도, ‘동남아의 우버’ 그랩은 20조원 정도다. 공유숙박은 에어비앤비가 글로벌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고 공유차량 쪽은 로컬마다 플레이어들이 있다. 한국에는 공유경제 유니콘이 없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인데 왜 공유경제 유니콘이 안 나오나.
△기술이 아니라 제도·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네거티브로 해주면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조정돼 미래로 가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그 위에 발현되는 공유경제는 막는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네거티브를 하지 못하면 국가 차원에서 공유경제 전략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필리핀의 교통공유 회사 그랩의 경우 가치가 2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20조원이면 서울 개인택시면허를 다 사고도 남는 돈이다. 규제가 없었으면 우리가 그랩보다 훨씬 더 잘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욕구도 빨리 수용하고 니즈도 많아 정말로 훌륭하다. 기술도 있다. 오직 제도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공유경제 부문을 글로벌 기업에 다 빼앗길 수도 있나.
△한시가 급하다. 지금은 생존의 문제다. 이미 해외에 유니콘이 많이 생겼고 다 먹힐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플랫폼의 독점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가 큰 쪽으로 쏠림현상이 생기는 네트워크 효과에다 인공지능(AI)까지 결합되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효과가 엄청나게 커진다. 플랫폼의 과독점화로 추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공유경제 시장을 해외 유니콘에 전부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배달의민족이 인수되는 것이 그래서 큰 문제다. 앞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이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된다. 가치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도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늦으면 따라가지 못하고 국내 시장도 모두 내주고 세계 시장을 차지할 기회도 다 놓친다.
-선발 공유경제 유니콘을 따라잡을 길은 없나.
△독점을 푸는 ‘착한’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소위 조합형 공유경제다. 플랫폼 참여자들이 주인이 되게 참여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플랫폼을 만들 때 호스트가 지분을 갖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이른 만큼 같은 철학으로 수수료를 대폭 줄이거나 안 받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공유숙박의 데이터만 갖고도 장사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공성을 강조한 선한 플랫폼으로 가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이 늦었지만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 참된 공유경제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He is…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장은 대표적인 국내 숙박공유 회사를 운영해온 공유경제 전문가로 1964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광운대에서 컴퓨터엔지니어링 석사까지 마친 후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같은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로런스버클리랩에서 1년반 정도 연구했다. 노벨상 수상 교수가 13명이나 될 정도로 유명한 연구소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IP를 토대로 위치를 추적하는 넷지오를 설립했다. 귀국한 뒤에는 KTH·KT·LG유플러스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2012년 숙박공유 업체 코자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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