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문제에 대해 “북미 대화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남북 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노골적인 통미봉남 기조와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 분위기에도 남북 교류협력 사업 추진을 통해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려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미국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남북관계를 발전시킨다면 그 자체로도 좋고 북미 대화에 좋은 효과를 미치는 선순환 관계를 맺게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교류협력 사업을 일일이 나열하는 등 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접경지역 협력도 할 수 있고 개별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뿐만 아니라 2032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미연합훈련 유예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하며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오는 3월 예정된 한미 키리졸브 훈련을 유예할 뜻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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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미국보다 북한에 치우친 노선을 강행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는 껄끄러워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간 안보 현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에 속도를 내면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방위비 협상에도 영향을 준다”며 “미국이 물밑에서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인 14일(현지시간) 한미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핵 문제’ 등 양국 간의 중요 안보 현안을 풀기 위한 외교장관회담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6차 회의를 연이어 진행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장기화하고 있는 한일갈등에 대해 “한일 간 대화가 더 속도 있게 촉진됐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일갈등의 근본원인이 된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한일 변호사 및 민간단체들이 제안한 한일 공동협의체 구성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통한 한일갈등 해법을 제시한 가운데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수행하기 위해 방미 중인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열고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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