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을 이틀 앞둔 14일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대기업이 안전관리 투자와 실천을 솔선수범해 법을 준수해 달라”며 사망사고 감축에 협조를 부탁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 CEO들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안전 관련 지시를 할 경우 하청에 대한 간섭, 나아가 불법파견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건의사항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호반건설 등 10대 건설사 CEO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개정 산안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업계의 건의사항을 들었다. 개정 산안법은 하청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 특징으로 시공 순위 1,000위 이내 건설사는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계획을 세워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공사비 50억원 이상 건설공사의 발주자는 단계별 안전보건 대장을 작성해야 하며, 원청이 안전보건 책임을 지는 장소를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다. 타워크레인 등의 설치·해체 작업을 할 때는 원청이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이 장관은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 855명 중 건설노동자가 428명이며, 이 중 절반 가까운 265명이 추락사고로 숨졌다며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사망사고 감축 목표 관리제’를 추진해 감축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건설사에 10% 이상 감축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건설현장 내 끼임 사고위험도 집중 점검한다.
이에 대해 건설사 CEO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안전보건 의무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다양한 건의사항을 내놓았다. 한 건설사는 위험관리를 원하청이 함께 발굴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원청의 안전 지시가 불법파견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예방을 잘 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하청업체를 주로 대변하는 전문건설협회 측은 안전관리비가 개정 산안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증액돼야 하는 한편 정부가 이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를 낙찰 받는 과정서 안전관리비도 공사예정가에서 낙찰가로 바뀌며 줄어들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지난달 개정한 파견 지침에서 산안법에 따른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는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도록 했다”며 “원청이 조치를 취할 때 하청 노동자에게 ‘안전 관련 지시’임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는 사고가 적은 사업장에 산재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으며, 입찰자격 사전심사에서 1,000위 이내 사업자가 사망사고율이 낮으면 가점을 부여하던 것도 오는 7월부터 1,000위 바깥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전관리비의 증액과 관련해서는 이미 낙찰률이 아닌 공사예정가 기준으로 계상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점검을 나가서도 공사비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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