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격추사건 이후 이란 지도부가 다른 행보를 보이며 내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피격사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법정을 설치하자고 제안한 반면 격추 주체인 혁명수비대는 피격 정황을 보여주는 동영상 촬영자를 체포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고위법관 1인과 전문가 수십명으로 구성된 특별법정을 설치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사건을 심리하는 방안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국영매체 보도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 대변인 알리 라베에이는 사건 초기 ‘기계적 이상’을 추락 원인으로 주장한 데 대해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라며 우회적으로 혁명수비대에 책임을 돌렸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냈지만 격추 주체인 혁명수비대는 테헤란 상공에서 여객기가 격추되는 당시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밝혀진 이란인을 체포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대통령이 아니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따르는 조직이다. 사건대처 과정에서 정부와 혁명수비대가 배치되는 신호를 내보내는 것은 이란 지도부 내 권력 투쟁 양상을 드러낸다고 NYT는 분석했다.
격추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추가로 인터넷에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여객기가 먼저 미사일에 맞고 약 23초 후 또 한발을 맞았다. 화염에 휩싸인 기체는 테헤란 공항 방향으로 선회하다 몇 분 후 폭발·추락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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