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 소송의 글로벌화에 맞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설치된 국제재판부가 도입 2년 만에 국내 첫 민사 국제재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3-1부(박원규 부장판사)는 17일 미국계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A사가 국내 중소기업인 B사·C사를 상대로 낸 상표 사용금지, 제품·영업자료 폐기,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민사분쟁 관련 국내 첫 국제재판 판결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체 국제재판 중에선 지난해 1월 특허법원에서 진행한 호주 기업의 특허심판원 심결 취소 소송에 이은 두 번째 선고다. 사법부에서 의미가 있는 재판이었던 만큼 서울중앙지법은 이례적으로 사진·동영상 등 법정 촬영을 허용하기도 했다.
국제재판은 최근 기업 간 특허분쟁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외국어를 사용하는 소송 당사자에게도 공정한 재판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법정 내에 통역사를 두고 소송대리인이나 당사자·법관이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며 외국어 번역본 판결문도 작성된다. 지난 2017년 11월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2018년 6월 특허법원 제3부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민사 61·62·63부가 국제재판부로 변모했다.
서울중앙지법에는 1년이 넘게 국제재판 사건이 접수되지 않다가 일반 사건으로 접수됐던 이 소송이 2019년 9월 국제재판으로 전환되면서 첫 물꼬를 텄다.
법원에서는 이번 선고를 계기로 좁은 한국 시장, 높은 법률비용 등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국제재판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 외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국제재판도 아직은 없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국제재판부는 전문성과 외국어 능력을 갖춘 판사들로 구성됐다”며 “이번 사건은 외국어 변론 신청일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선고함으로써 신속하게 종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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