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IMA·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한미동맹이 새해 벽두부터 대북 개별관광 추진을 두고 다시 흔들리고 있다. 갈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며 시작됐다. 이에 한미 간 소통창구인 외교부뿐 아니라 여권과 통일부에 이어 청와대까지 전면에 나서 해리스 대사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으면서 한미갈등설이 재점화됐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한 핵보유국이라는 ‘새로운 길’로 들어선 만큼 어느 때보다 견고해야 할 한미의 파열음이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가 개별관광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감정적 대응보다 정식 외교·안보라인을 통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개별관광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가 잘 협조해야 할 사안임에도 양측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양측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대북공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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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 악화를 불사하면서까지 정부가 남북협력 속도전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이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 철거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남북협력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에서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개별관광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세컨더리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정부·기업에 대한 제재) 등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개별관광 자체가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교통수단 및 관광객의 소지품 등은 위반 소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센터장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10% 이상의 물품은 제재 대상이 된다고 알고 있다”며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개별관광과 관련한 한미 간의 조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우인·양지윤·김인엽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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