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농업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EU의 식품위생 규정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2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속한 무역긴장 완화를 위해 유럽에서 금지된 식품생산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염소(CI) 등으로 화학 처리된 닭고기 등 가금류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EU의 식품안전기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가금류를 씻는 과정에서 물 외에 다른 화학물질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육가공 회사는 닭고기 살균 과정에서 살모넬라균 등을 없애기 위해 화학 처리를 하기 때문에 세척된 미국산 가금류의 EU 지역 수입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퍼듀 장관은 미국산 가금류를 둘러싼 논쟁이 무역협상 주제에 포함되도록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은 가금류 생산에서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졌고 세계의 모든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며 “미국산 생닭은 실제로 염소가 아닌 병원균 감소에 탁월한 과산화아세트산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식초”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안전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U가 화학 세척된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유럽 식품위생 규정을 무역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을 예고하면서 미국과 EU 간 협상 타결은 한층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위생 규정 완화는 자국민들의 거부감이 커 그동안 EU 측은 미국의 압박에도 규제 방침을 고수하거나 협상에서 배제해왔다. 미국의 이러한 압박에 대해 EU 측은 즉각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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