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의 주택시장 상승세를 이끈 이른바 ‘대·대·광(대전·대구·광주)’ 지역에서 주택 증여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로 양도세 등 세 부담이 늘면서 매도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만랩이 29일 한국감정원의 주택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대광 지역의 2019년 주택 증여거래량은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광주의 주택 증여거래량은 3,385건으로 전년(2,867건) 대비 18.07%(518건) 상승했다. 대전은 2,562건을 기록하면서 전년 2,342건보다 220건(9.39%) 늘어났다. 대구 또한 같은 기간 4,705건에서 4,872건으로 167건(3.55%) 거래량이 증가했다. 대대광 지역 중 대전 유성구는 2018년 366건에서 지난해 802건으로 두 배 이상(119.13%·436건) 뛰었다.
반면 서울은 2018년 2만 4,765건에서 지난해 2만 637건으로 증여 거래가 오히려 16.67%(4,128건) 하락했다.
대대광 지역의 주택 증여거래량 급증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라는 해석이다. 2018년부터 정부가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 등 조치를 취하면서 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라도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부 간 증여 형태로 공동명의로 전환에 나선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가족에게 증여를 선택한 것은 대대광 지역의 주택 시장 기대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울을 표적으로 각종 규제를 집중하면서 비규제 지역이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대대광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대대광 지역 내 주요 아파트들은 1년 간 약 1억원 가량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시키면서 세금 부담을 늘리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은 양도세와 보유세를 내느니 증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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