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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흔적 지우는 르노·닛산

■르노, 새 CEO 서둘러 영입

폭스바겐 세아트 최대 매출 견인

데메오 선임으로 르노 개혁 추진

"닛산과 관계 회복 겨냥" 분석도

■닛산은 비용절감 '아등바등'

곤 전략 실패로 판매 급감한 닛산

4,300명 감원·공장 2곳 폐쇄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만회 시도





프랑스와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인 르노와 닛산이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침체한 가운데 친환경 차량과 자율주행 차량으로 전환하는 산업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8일(현지시간) 르노그룹 이사회는 회의를 열어 루카 데메오 전 폭스바겐 세아트 대표이사를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7월1일 공식 취임하는 이탈리아 출신 데메오 신임 CEO는 지난 1990년대 르노에서 일을 시작해 도요타와 피아트·폭스바겐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15년 폭스바겐의 스페인 브랜드인 세아트의 CEO를 맡은 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향상을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신임 르노 CEO 선임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곤 전 회장의 잔재 청산을 통한 닛산과의 관계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르노는 닛산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곤 체제에서 주요보직을 지냈고 닛산 경영진과 마찰을 빚어온 티에리 볼로레 전 CEO를 10월 전격 경질한 데 이어 신임 CEO에 도요타에서 일하면서 일본 문화를 경험한 데메오를 선임했다는 설명이다.

르노그룹의 장도미니크 세나르 회장은 이날 환영성명에서 “새 지도체제 구성은 그룹과 (일본 닛산과의) 기업연맹에 결정적인 발걸음”이라며 “데메오 CEO는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의 위대한 전략가이자 비전 제시자로 차에 대한 그의 전문성과 열정은 우리 그룹에 진정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20년간 이어진 곤 잔재 청산작업이 일단락됐다”며 “새로운 외부 출신 인사 등용으로 닛산과의 긴장을 줄이고 동맹체제를 재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CEO 선임은 닛산과의 동맹관계를 되살리려는 중요한 단계”라며 “데메오 CEO의 주요 임무는 르노와 닛산 및 미쓰비시와의 동맹관계에 나타난 균열을 수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노는 CEO 선임과 함께 닛산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6일 푸조시트로앵(PSA)그룹에서 르노로 옮겨온 기술담당책임자인 질 르보르뉴가 30일 일본을 방문해 닛산의 공동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책임자인 아마구치 쓰요시를 만난다고 보도했다. 곤 회장 퇴임 이후 둔화된 비용절감형 공동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동맹의 한 축인 닛산도 곤 전 회장의 공격적 확장경영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공장을 폐쇄하고 수천명을 감원하는 등 경영 재건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차가 새로 공장 2곳을 폐쇄하고 미국과 유럽에 있는 사무직 직원 4,300명 이상을 추가 감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닛산은 2023년 3월 결산 때까지 미국·멕시코·인도·일본 등의 14개 생산거점에서 일하는 직원 총 1만2,500명 이상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닛산은 이를 통해 곤 전 회장 체제에서 과잉 확대된 생산능력을 조정해 생산효율과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곤 체제에서는 인도와 러시아·남아공 등 무리한 글로벌 확장과 이에 따른 신차 출시로 채산성 없는 차종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공장 40%가 가동하지 않는 등 판매량과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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