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쓰레기 대란’이다. 올해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수도권매립지 반입 총량제’가 본격 시행됐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생활 폐기물을 2년 전 비해 10%(약 7만톤) 줄여야 한다. 이를 어기면 내년부터 초과한 만큼 반입 수수료를 두 배 이상 물어야 한다.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줄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인 가구 증가와 배달 서비스 급증에 힘입어 오히려 쓰레기 배출은 늘고 있다. 다음달 6일부터는 서울시가 폐비닐과 무색 투명 폐페트병을 다른 재활용품과 분리해 버리는 ‘분리배출제’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환경 문제로 인한 국제 분쟁도 갈수록 첨예화하는 추세다. 지난 2018년부터 중국과 동남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해외로 내보내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폐기물 6,500톤은 현지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으며 국제적 망신까지 샀다.
‘환경’을 키워드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는 이태동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일 신촌 연세대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생산할 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재활용된 상품이 제대로 유통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수많은 사람이 거주하면서 대량의 자원을 소비하는 도시가 자원순환의 중심축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환경 문제는 과학기술과 경제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가치와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조정하느냐 하는 정치외교의 영역이기도 하다”며 “국경을 넘어선 환경 문제 또한 늘어나는 만큼 정치외교의 영역에서 지구촌이 당면한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외교 전공자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이색적이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95년께 한일학생회의라는 국제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당시 중국발 황사 문제에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만들어진 학술동아리였는데 정치학이나 국제관계학이 선거나 정당 등 전통적 정치적 영역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폐기물 등 환경 문제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는 발상이 낯설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양 쓰레기나 미세먼지 등 우리 삶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는 개별 국가가 나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집진시설을 설치하는 등 과학기술적 접근이 1차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국가 간 문제인 만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환경 문제는 과학기술과 경제의 영역이지만 가치와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결국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든 조직과 제도가 결정하는 것이다. 정치학이나 국제관계학에서도 ‘환경정치’가 우리에게 닥치는 여러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환경정치학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를 진행했을 텐데 최근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면.
△‘아일랜드 에너지 트랜지션(Island energy transition)’, 즉 ‘섬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하와이의 사례를 연구해 해당 논문이 에너지·연료 분야 상위 5% 학술지인 ‘재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리뷰(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에 실렸다. 하와이는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기나 연료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다. 에너지를 외국이나 알래스카로부터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방지와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일찌감치 인식한 하와이주 정부는 오는 204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과 전기차 보급률을 100%로 높이는 정책을 발표하고 단계별로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핵심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있다. 우리 연구팀은 에너지원이 아닌 ESS에 초점을 맞추는 실험을 했다. 전기차를 모바일 배터리처럼 쓰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태양광 발전기가 달린 전기차를 타고 출근하면 낮 동안 차에 장착된 ESS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전기차가 만든 전기에너지를 내 집의 ESS에 충전하는 것이다. 하와이의 경우 오후7시에 전력 소비량이 최고치를 찍는데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피크 컨트롤(최고점 관리)’이 되면서 자가 발전이 가능해진다. 분산형 자급자족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폐기물과 에너지·기후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정책의 영역인 만큼 지방정부 차원에서 투자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제주도의 경우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분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유인도가 250곳에 달하는데 하와이의 모델을 적용하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말 여시재와 연세대 공동 프로젝트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도시 자원 순환 전략 연구: 도시의 플라스틱 자원순환경제 사례’라는 보고서다. 자원순환 전략을 통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4R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Reduce(감축)’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 ‘Recovery(회수)’를 의미하는데 도시 단위의 4R 실현이 매우 중요하다. 가로축을 4R로 보면 세로축을 정책-생산-소비-신산업으로 놓고 총 16개 셀 단위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4R 전략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역피라미드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4R이 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먼저 감축, 즉 쓰레기 줄이기부터 실천해야 한다. 가장 첫 단계이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재사용이다. 물건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이다. 미국 유학 시절 애들 옷을 산 적이 없었는데 중고 숍에서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 이것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신사업의 기회도 만들어진다. 재활용, 즉 리사이클은 고유의 성질이나 형상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최근 폐플라스틱을 재료로 가방이나 옷을 만든다든가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줄이고 나눠 쓰고 재활용까지 했는데도 남는 자원은 태워서 열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쓰레기 줄이기는 소비자의 인식 제고가 뒤따라야 할 텐데.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쓰레기 처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포장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문제인데 카페에서 일회용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니까 귀찮아도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늘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장바구니를 갖고 다니는 것이 이런 맥락이다. 다만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실에 맞게 디자인하고 효과적으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제품 생산 단계부터 4R을 고려하도록 ‘당근과 채찍’을 처방하는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생산자책임재활용(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다를 것 같다.
△중앙정부는 규제의 기본 틀을 짜고 지방정부는 실행을 맡는다. 특히 중앙정부의 조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칙적으로는 내가 발생시킨 폐기물을 내가 처리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건 어렵다. 지자체 간에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중앙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해외에서 참고할 만한 도시자원순환 사례가 있다면.
△크게 상향식과 하향식 프로세스로 나뉘는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상향식 해결에 나선 대표적인 도시다.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건축과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놓고 시 정부와 대학, 연구소, 시민단체, 기업, 일반 시민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이들 분야가 가장 시급하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유기 잔여물을 줄이고 이것을 동물의 사료, 바이오 연료,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가 마련됐다. 시는 분리 수거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도시 내 매립지역에 있는 43만 가구와 식료품 가공공장에 음식물 분리 수거를 위한 매뉴얼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농업 및 식품가공 분야에서 약 1,200여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으며 사료 수입 감소로 인한 이익도 적지 않았다. 건축 폐기물은 재사용과 재활용의 기본 철학을 적용한 사례다. 최초 설계부터 모듈 방식으로 구조화해 분리가 용이했고, 이를 편리하게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재료 여권(Materal Passport)’를 운영했는데 이는 건축에 필요한 모든 자재의 여권을 만들어 생명주기를 관리하는 제도다. 오는 2040년까지 항구지역에 7만 가구 건설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이러한 방식의 건축 정책을 도입해 약 3%의 생산성 향상 효과와 700여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모델이 의미가 있는 것은 지방 정부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 즉 일종의 놀이터를 제공하고 실제 혁신은 지역의 다양한 참여자들이 자발적이며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액션플랜을 만들어갔다는 데 있다.
-암스테르담과 다른 방식의 도시자원순환 사례도 있나?
△일본 기타큐슈와 중국 톈진도 함께 연구했는데 아시아는 하향식이 대부분이었다. 기타큐슈의 경우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기업이 공해처리비용을 감당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추진한 결과 극심한 대기 및 수질 오염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가 해외에 알려지면서 유엔환경계획(UNEP) 등으로부터 의미 있는 상도 탔고 환경수도(environmental capital)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특히 일본에서 최초로 체계적인 3R 정책이 수립, 집행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1단계(1997년~2002년)에는 주로 재활용(Recycle)에 초점을 맞추고 2단계(2002년~2010년)에는 주로 재사용(Reuse)에, 그리고 3단계(2010년~2017년)에는 주로 감축(Reduce)에 중점을 뒀다.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는 일본처럼 하향식 모델에 가까웠는데 앞으로는 상향식 모델의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부처간 이해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선 지난해 발족한 대통령 직속 범국가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나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환경 문제는 단순히 한 부처나 특정 지자체의 문제가 아니기에 거버넌스 구조를 체계적으로 꾸리고,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환경 문제만큼은 전체 밑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설정하면서 실행하는 거버넌스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강력한 정책을 바탕으로 신산업 동력을 확보하고 지방의 실험을 지원하는 거버넌스 조직이 가동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런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대학 교수 입장에서 교육의 역할도 중요하게 여길 것 같다.
△그렇다. 환경 문제를 위해 신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환경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이슈다. 다행인 것은 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중고등학교나 대학생들이 환경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실천하면서 시민 의식을 키우는 게 정책의 영역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He is…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1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0년 미국 워싱턴대에서 세계 도시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언더우드 특훈 교수이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로 환경·에너지·인력자원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마을학개론(2017년), 우리가 만드는 정치(2018년), 환경·에너지 리빙랩(2019년) 등 다양한 저서를 학생들과 함께 출간했다. 최근에는 정치 스타트업 ‘우주청(우리들의 주민청원)’을 설립해 온라인 시민 참여 플랫폼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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