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스토브리그(전력 보강 기간)에는 무슨 일을 하시나요
- 심광호 : 안녕하세요. KT WIZ에서 스카우터를 맡고 있습니다. 선수 발굴을 해야 하는 게 제 일이라 다음 달 초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팀을 보러 전국을 다닙니다. 쉬는 날도 중요한 경기 있으면 나가서 선수들 보기도 하고요. 시즌 끝나고 선수들 영입하면 잠깐 쉬는데 12월에서 1월 초 정도까지입니다.
- 김도형 : 저는 1군 선수단 전력분석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연봉계약을 담당합니다.
- 최우석 : 운영팀 최우석 과장입니다. 드라마 속 이세영(박은빈 분) 운영팀장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내년도 사업계획 작성하고 있고 스프링캠프도 준비하거든요. 동시에 계약하고 훈련 준비하고 스케줄 짜고 같이 현지 훈련 일정에 참여합니다. (KT WIZ는 구단 중 가장 먼저 연봉 계약을 마치고 지난 29일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 신동원 : 드라마 속 데이터 분석원인 백영수 씨처럼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팀은 전력분석팀과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기록하는데요. 숫자를 가지고 나름 대로의 특이점을 찾으려고 해요. 특이점이 있으면 전력분석원에게 전달하고요. 전력분석원의 눈으로도 이상이 있으면 코치진에게도 전달을 합니다.
◇ 스토브리그는 ‘현실 고증’ 드라마?
Q. 현실 고증에 뛰어난 ‘극사실주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 야구단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사실적이라고 꼽을 만한 부분이 어떤 게 있나요?
- 심광호 : 드라마 속에서 스카우터 분이 훈련을 지켜보다가 백승수 단장을 만나 하는 말이 있어요. “선수는 여러 가지 봐야 한다. 멘탈, 실력, 운동, 가정환경”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됐고요. (드라마처럼) 감독님 멱살 잡고 그런 것까진 아니지만 ‘열정이 있는 스카우터들’ 그건 정말 공감이 갔던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선수를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보기 때문에 멀리서 봐도 ‘저 폼은 누군데 왜 폼이 바뀌었지? 몸 어디가 아픈 것 같은데’하면서 그런 미세한 변화도 많이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가끔 얘기하고 싶을 땐 있죠. 예를 들어 ‘우리는 뽑고 싶은데 저 선수를 너무 많이 쓰는 거 같아서 조금 살살 했으면 좋겠는데’ 생각은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는 못 하는거죠.
- 김도형 : 저는 선수 하나가 일반인이랑 시비가 붙어서 고세혁 전 팀장이 경찰서에 가서 해결해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오 여기까지 나왔네’ 이런 부분이 조금 공감대가 있었어요. 선수들이 곤란한 문제에 처해 있을 때 주말이든 밤이든 가서 해결해주고 도움을 주는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한 게 있죠.
- 신동원 : 전 특별한 장면보다 드라마 속 사무실 분위기도 그렇고 백승수 단장이나 다른 직원이 프레젠테이션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포맷이나 기록들이 ‘어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제가 직접 보던 장면인데 드라마에서 보니까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한 선수가 연봉협상 할 때 술잔 던지고 이런 게 나왔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발생하기 너무 힘든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백승수 단장이 우리 팀으로 온다면
Q. 백승수 단장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만약 상사로 오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 최우석 : 같은 운영팀으로써 이세영 운영팀장이 굉장히 힘들 것 같고요. 왜냐면 물론 본인의 확고한 신념도 있고 추진력도 강하고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리더라는 자리가 이끌고 가야 되는 자리지만 결국에는 그 선택이 맞는지 틀리는지 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어야 되잖아요. 사실 직원들 의견을 듣다 보면 선택에 결정을 줄 수 있는 어떤 하나의 어떤 그 단서가 되는데 그런 거 없이 본인이 결정하고 나머지 결과에 대해서 팀원들이 공유하는 건 좀 지금의 리더로서 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신동원 : 극 중에서 단장의 한 마디에 결정을 내리고 그 나머지를 수습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현실 세계에서 그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생각이 좀 들기는 했어요.
- 김도형 : 지금 드라마 상에서 백승수 단장이 하는 일이 모두 다 성공적이기 때문에 훌륭한 리더인데 소통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혼자 ‘밀실정치’처럼 모든 걸 해결하고 직원들은 통보만 받는 식이잖아요. 그럼 직원들이 상당히 힘들 것 같아서 저는 (좋음 반, 싫음 반) ‘반반’입니다.
◇ 이 선수 우리 팀에 꼭 영입하고 싶다
Q. 드림즈의 선수 중에 꼭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 김도형 : 강두기 선수죠. 그런 선수만 있으면은 뭐 최고의 선수죠. 아마 10개 구단 다 물어봐도 강두기 선수일걸요? 충성심 강하고 성실하고 능력도 있고
- 최우석 : 전 초반만 봤는데도 강두기 선수가 뭔가 임팩트가 강하더라고요 (일동 웃음) 저희도 강두기 같은 화이팅 넘치면서 팀에 대한 애착도 굉장히 높은 프로 선수가 있으면 팀에 활력이 될 거 같고 꼭 저희 아니어도 구단마다 파이팅 넘치고 팀에 공헌도가 높은 그런 선수가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 심광호 : 저는 개인적으로 팬이에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구단을 생각하고 큰 목표를 세운다는 거 자체가 개인이 목표가 아니잖아요. 선수들뿐만 아니고 직원이 누구나 봐도 따르고 싶고 그리고 배우고 싶잖아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런 인성을 가졌다는 거 자체를 높게 칩니다.
기자 : 그럼 임동규 선수랑 트레이드 한 건 너무 잘한 선택으로 보시겠네요?
- 심광호 : (해맑게)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시원했어요
◇ 현실 이세영 운영팀장은 가능할까
Q. 일반 팬 입장에서 여성이자 최연소 운영팀장으로 야구단 살림을 도맡아 하는 이세영(박은빈 분) 운영팀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면서 동시에 현장에서 체감하시기엔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한 모습일지 궁금하더라고요.
- 신동원 : 똑같은 질문을 아까 최 과장님이랑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서 했어요. 드라마에서는 이세영 팀장의 이전 스토리가 표현이 안 돼 있는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밑바닥부터 다 훑고 올라간 사람이라면 가능성 있죠. 아까 과장님이 말씀하셨을 때 제가 이건 20년 짜리 프로젝트라고.
- 최우석 : 야구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구단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돌아가는 것을 매끄럽게 돌리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요. 단순히 남성 여성 차이가 아니라 야구에 대한 애착과 통찰력의 수준의 차이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도형 : 오히려 저는 길지 않은 시간에 그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직까지는 운영팀장들이 선수랑 같이 계속 생활을 해야 해서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하는데 뭐 성역이라는 게 있나요. 가능하도록 더 분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 휴머니스트는 없다?
Q. 드라마 상에서 백승수 단장이 연봉 협상 때 이세영 운영팀장한테 “올해 협상 테이블에 휴머니스트는 없는 겁니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실제 모습은 어떤가요
- 심광호 : 드라마에서 연봉협상 과정이 과장은 됐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내 몸 아프면서도 참고 한다든지 여러 가지 애로사항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거니까 저희도 최대한 많이 이해해주려고 해요. 드라마처럼은 쉽지 않죠. 선수들과 일 년만 계약하는 게 아니잖아요. 오래 봐야 되는 선수고 가족이잖아요. 선수 마음 안 다치게 하려고 노력하죠.
- 김도형 : 연봉계약 얘기하다 보면 방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제가 어쩔 수 없이 그런 역할을 많이 했어요. 이별의 시간이라는 게 사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는 것 같아요. 방출 시기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 시기가 되면 시즌 내내 보여준 게 없고 발전 가능성도 없다고 느끼면 많이들 예감을 하는 것 같아요. 선수들이 마주칠 때마다 눈치를 보는 것도 있고 제가 “철수야” 부르면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그런 게 굉장히 좀 힘들죠. 힘들었어요.
- 심광호 : 제 이야기를 보태면 저 또한 삼성에서 나왔고 LG에서 나올 때 은퇴식을 하지 못하고 야구를 그만뒀기 때문에 선수들 마음을 알죠. 저도 매년 나갈 걱정했고 1군 매니저님이 부르면 나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선수들한테 후회 없이 야구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하죠.
- 최우석 : 문상철 같은 선수들도 매일 얘기하는데 제가 선수들 락커 들어가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했던 선수들이 있어요. 제가 들어가면 2군 내려가야 되니까요. 그 통보를 매니저가 “잠깐 나와봐” 해서 얘기하고 코치님께 모셔다 드리고 감독님께 인사를 시키니깐 게임 끝나고 본인이 분위기가 안 좋은데 매니저가 들어오면 굉장히 긴장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어려운 보직이죠.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프런트들 앞에 놓인 현실은 다소 지지부진하고 속도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신인 선수 영입에 실패했을 때 왜 실패했는지 곱씹어 본다는 심광호 과장에게 “다른 팀에 간 선수가 잘하면 아쉽겠다”고 하자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지는 않아요. 이 선수가 7~8년이 지나고 FA(자유계약선수) 때가 되면 저희가 영입할 때도 고려할 수 있는 거니까 그저 계속 보는 거죠”라고 했다. 모두의 목표는 승리지만 모두에게 이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해마다 그 노력과 노하우가 축적돼 승리 기여도가 높아진다는 굳은 신념으로 무장하고 이번 겨울도 프런트들은 묵묵히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정혜진·이종호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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