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급하는 정당과 선거보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주요 정당들이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정당보조금의 절반은 의원 수 20인 이상인 교섭단체가 나눠 가진다. 자유한국당은 비례정당을 교섭단체로 만들고 안철수 전 의원이 탈당을 밝힌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 지키기에 매진하고 있다. 보조금이 지급되는 2월과 3월 각 정당의 셈법은 더 복잡해서 눈치싸움과 내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이 4·15총선에서 도입될 연동형비례대표제도를 위한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의 창당 대회를 오는 5일 개최한다.
미래한국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정당득표율에서 지역구 의석을 뺀 50%를 비례의석으로 가져가는 연동형비례대표제(30석)를 위한 정당이다. 한국당은 정당득표율을 미래한국당으로 몰아주는 방식으로 연동형비례의석을 다수 차지하는 것을 전략으로 잡았다.
창당대회의 시점이 이달 초인 점도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른바 ‘돈’ 문제도 얽혀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른 정치자금사무관리규칙(제30조의 3)은 정당에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을 2월과 5월, 8월, 11월 15일 기준으로 각각 지급(토요일·공휴일은 전날)하게 규정돼있다. 미래한국당이 이달 15일 이전 창당을 해야 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당은 창당을 서두르는데 더해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 및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비례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라는 요구를 한 것이 알려지며 당내 불만을 사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은 “쇄신대상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불명예스러운 짐을 떠안고 가라 하나”며 비판도 했다.
공직선거법(150조)에 따라 의석수가 많은 순서대로 선거용지에 기호를 부여받는다. 의원들이 최소 바른미래당(20석) 이사 옮겨야 선거용지 위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은 기호 3번을 새길 수 있다. 여기에 한국당이 돈까지 많이 받으려면 반드시 20인 이상의 현역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으로 가야 한다. 정치자금법(제27조)은 소속의원으로 교섭단체(20인 이상)를 구성한 정당에 경상보조금 총액의 50%를 각각 균등하게 배분한다.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은 총액의 5%만 배분한다.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 정당은 총액의 2%밖에 못 받는다.
지난해만 해도 정당 경상보조금은 1·4분기 약 108억, 2·4분기 108억, 3·4분기 107억, 4·4분기 108억 등 약 432억원이 지급됐다. 매 분기 약 110억원이 지급되는 점을 감안할 때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돼야 절반인 55억원을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와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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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상황이 반대다. 유승민계 의원(8인)들이 떠난 바른미래당은 의석수가 20석으로 교섭단체 기준에 딱 맞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와 갈등으로 안철수 전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에 남은 안철수계 의원은 7인(지역구 1·비례 6)이다. 안철수계 비례의원들은 선거법에 따라 합당·해산 또는 의원총회에서 제명돼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탈당이 쉽지 않다. 하지만 광주가 지역구인 권은희 의원은 지금 당장 탈당할 수 있다.
권 의원이 안 전 의원을 따라 탈당하면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만약 경상보조금이 지급되는 이달 14일(15일 토요일) 이전에 권 의원이 탈당하면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정당이 된다. 돈 문제는 커진다. 교섭단체를 잃으면 정치자금법에 따라 보조금의 50%를 균등 배분받지 못하고 총액의 5%만 받을 수 있다.
권 의원은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페이스북에 글을 통해 “안 전 (국민의당) 대표의 탈당 이후 저의 정치적 거취를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며 “제 3지대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지 고민하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지난 30일 안 전 의원과 계열 의원들이 만나는 저녁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는 호남계인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대안신당 등에서 자주 쓰는 용어다. 이 때문에 권 의원이 안 전 의원과 길을 달리하고 바른미래당에 남아 호남계열 제3지대를 구성하거나 아예 더불어민주당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의원은 “거취에 대해서는 당권파와 구체적이거나 개인적인 논의를 하지 않고 있고 속내는 우리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 의원의) 정치적 입장도 중요한 만큼 (바른미래당도)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의 행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매 분기 수십 억원의 정치자금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정치보조금과 얽힌 각 당의 이합집산은 4·15총선 후보등록이 끝나는 3월 27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약 4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선거보조금 역시 정치자금법에 따라 교섭단체가 전체의 50%를 우선적으로 균등 배분받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미래한국당을 현역의원 20인 이상의 교섭단체로 만들면 절반인 220억원을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두 곳에서 받을 수 있다.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 나눠 받을 돈은 더 커진다.
바른미래당은 권 의원의 잔류와 안철수계 비례의원들의 제명을 거부해야 교섭단체 지위를 지킬 수 있다. 선거를 위한 정치자금 문제로 내홍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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