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에 인도에 다녀왔다. 불가사의한 인도,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라는 CNN의 국가 홍보 구호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얼마 전 행정전문대학원 최고위 과정에서 국내 인도전문가를 초청해 1학기 동안 매주 인도의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별 강의를 듣는 등 나름대로 예습을 철저히 했다. 5년 만의 방문이라 급변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변화의 폭과 깊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인도는 요가와 명상의 나라였다. 시인 류시화의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처럼 순례자의 나라로 기억됐다.
하지만 성자의 나라 인도는 깨어나고 있었다. 델리 공항의 요가 형상물처럼 과거와 현재·미래가 기묘하게 어우러져 21세기의 거인으로 변모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요가 자세를 형상화한 조형물 옆에는 첨단 정보기술(IT) 네트워크가 떡 버티고 있었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취임 전과 취임 이후로 나눌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15대 총리로 당선된 후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의 추세로 가면 오는 2030년 이후도 무난할 것 같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모디 총리는 해외방문 때마다 현지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한 세일즈에 주력한다. 전 세계 기업들이 인도로 모여들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및 영국에 이어 인도는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 사업이 퇴조하면서 동남아시아와 인도가 우리의 진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은 기회가 현실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2005년 인도에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포스코는 2017년 철수했다. 제철소 부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전비용과 관리들의 부정으로 사업 추진이 한계에 부딪혔다. 인도 방문을 주선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15년 이상 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다. 드디어 아모레 화장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13억 인구 중 에어컨을 사용하는 인구가 1억명을 상회하며 피부 보습제가 필요해졌다. 시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도로 신혼여행을 왔다는 한 장의 사진으로 일본이 인도에 들이는 공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아베 총리는 인도에서 처갓집에 온 사위라는 인식이 있다. 중국에 대응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일본과 인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은 인도 시장 공략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와 경제가 한 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