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 만나 하느님을 믿으라는 백 마디 말보다 짧은 유튜브 영상 한편을 통해서 더 많은 이들이 교회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3일 중구 명동성당에서 만난 황중호(세례명 베드로) 신부는 천주교 신부님보다 유튜버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듯했다. 검은 사제복 아래에는 청바지 차림이고, 화려한 입담과 풍부한 표정, 손짓까지 사제로서의 근엄함보다는 친숙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했다. 마지막 방송 며칠을 앞둔 유튜브 채널 ‘사제의 첫 마음’ 영상 속 모습 그대로다.
천주교 서울 내교구에서 대외홍보 업무를 전담하는 황 신부는 신부이면서 지난 1년 3개월 동안 유튜브 서울대교구 온라인 성경채널을 진행해 왔다.
황 신부는 “신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신앙적으로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제 역할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튜브는 교회를 알리는 좋은 매개체이자 하나의 선교 활동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그가 진행한 방송은 총 49회. 지난 2018년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진행된 ‘구원의 여정: 탈출기’에 이어 지난해 7월부터는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사제의 첫 마음’을 진행하며 가톨릭을 알리는데 기여해 왔다. 현재 구독자 수는 9만명으로, 종교 관련 콘텐츠 중에서는 유명 유튜버다. 어색하던 방송도 이제는 익숙하다. 황 신부는 “그동안 어떻게 방송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며 “이제는 대본 없이도 방송을 할 정도”라고 한다.
시즌1인 ‘구원의 여정: 탈출기’는 성경에 관한 이야기로 진행했다. 출연자 없이 황 신부가 단독으로 매주 성경 구절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고, 신자들이 댓글을 달면 다음 방송에서 피드백도 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매회 평균 10만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구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황 신부는 “편당 1시간 정도 촬영해 5분 내외로 편집해 출퇴근 시간 직장인들이 가볍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며 “천주교 신자들보다는 일반인들이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점이 성공 포인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원의 여정’이 성경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줬다면 ‘사제의 첫 마음’은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매회 다른 신부님들이 출연해 사제서품을 받은 뒤 성직자로서의 삶과 어려움 등을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지금까지 특집편을 제외하고 정진석 추기경을 포함해 총 24명이 출연했다. 선글라스를 낀 황 신부가 등장하기도 하고, 방송 중간중간 짓궂은 질문에 출연자들의 당황스러운 모습도 연출된다. 황 신부는 “의외로 정 추기경님이 나왔을 때보다는 젊은 신부님들이 나오셨을 때 조회 수가 높았다. 구독자층이 그만큼 젊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황 신부는 유튜브를 사목활동 뿐 아니라 신도들과의 소통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황 신부는 과거 영화 ‘검은 사제들’과 ‘두 교황’, 드라마 ‘열혈사제’ 등 수많은 작품의 자문과 감수를 맡았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성당의 모습부터 신부의 의상, 소품, 대사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에피소드도 많았다. ‘열혈사제’ 방송 때는 신부의 방 액자에 개신교 성경 문구가 등장했고, 폭력적인 신부의 모습에 신도들의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황 신부는 방송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드라마, 영화 속 가톨릭에 대해 설명한 ‘진짜 사제가 들려주는 드라마’ 방송은 조회 수 4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 초반에는 항의성 댓글이나 전화가 많았지만 후반부 들어서는 신자분들도 편안하게 보신 것 같다. 유튜브가 신자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통로로 굳어졌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오는 11일 ‘사제의 첫 마음’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황 신부는 차기작도 준비하고 있다. 명동성당, 혜화동성당 등 전국의 여러 성당에서 보관 중인 미술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다. 그는 “전국의 성당에 있는 종에 저마다 세례명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다. 신자분들이 무심코 지나치거나 자세히 볼 수 없었던 성당 속 미술품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방송으로 다시 인사드리겠다.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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