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아닌 중견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이 하나로 뭉쳐 글로벌 전기차 핵심부품 기술을 공동 개발·생산하고 동반 성장하는 부산형 일자리가 본격 추진된다. 기술혁신, 노사와 원·하청의 상생 의지, 지역사회의 지원이 더해져 부산이 미래차 산업을 견인하는 도시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6일 시청에서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오거돈 부산시장, 조용국 코렌스 회장, 김원일 네오오토 대표, 유상우 코렌스 노동자 대표, 백종환 네오오토 노동자 대표, 빈대인 부산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기업부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이목희 일자리위원회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등 중앙부처 인사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최인호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 명도 참석해 부산경제의 미래 도약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국제물류센터에 산업협력 클러스터 조성된다. 7,600억 원이 투자되고 4,300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부산형 일자리가 값진 것은 모두가 합심해 최고의 일자리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산시와 대학 기관의 역량이 총동원됐고 노사민정 한발씩 양보했다. 원·하청이 상생했다는 것이 부산형일자리의 장점이다. 국제물류 산업단지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단지로 성장할 것”이라며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을 축하했다.
‘부산형 일자리’는 BMW사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기술개발과 생산을 위해 중국 투자를 계획 중이던 코렌스 EM을 부산지역으로 유도하면서 ‘연구개발(R&D) 기반의 원·하청 상생협력 모델’로 확대한 사례다. 파워트레인은 전기차에 동력을 제공하는 장치로 기존 자동차의 엔진과 변속기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부품인 모터, 인버터, 기어박스 등 총 900여 개 하위 부품이 들어간다. 부산시는 코렌스 EM과 함께 부품을 제작하는 협력업체 20여 개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신규로 투자 유치함으로써 원·하청 기업이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미래 차 부품제조 허브를 조성한 것이다.
원청기업인 코렌스 EM은 BMW사와 파워트레인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2031년까지 파워트레인 총 400만대를 생산해 수출한다. 연평균 매출 규모는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위해 코렌스 EM은 이번 달부터 향후 3년간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10만㎡ 부지에 2,082억 원을 집중 투자해 전기차 핵심부품 제조공장과 연구시설을 건설하고 605명의 인력을 직접 고용한다. 동반입주 예정인 협력업체 20개사를 포함하면 향후 2031년까지 30만㎡ 부지에 총 7,600억 원 투자와 4,300명의 직접고용이 창출될 예정이다. 이는 르노삼성자동차 투자 이래 부산시 최대 규모 투자·고용이다.
클러스터에 입주한 제조 공장들이 본격 가동하면 연간 3조 원 규모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창출되고 세수, 수출, 항만 물동량 증가 등을 통해 부산경제 도약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기차 파워트레인 기술 양산화와 국산화 기술개발 과정을 통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산업전환 계기를 마련해 정체기를 겪고 있는 동남권 자동차부품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형 일자리는 클러스터 내 원·하청 기업이 하나로 글로벌 전기차 핵심부품 기술을 공동개발, 동반성장하는 기술상생 모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동기술개발을 위해 원·하청 기업이 공동연구개발기금을 조성해 기술혁신에 지속 투자하고 공정하고 수평적인 원·하청 문화를 바탕으로 원·하청 간 기술 이전, 특허 무상사용, 기술인력 파견근무 등을 시행한다. 원청의 축적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하청과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글로벌 TOP3의 제조 허브를 지향한다.
클러스터 내 원·하청 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신기술 합동 교육훈련을 제공하며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해 원·하청 기업 근로자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노사 간의 신뢰와 협력 속에 노측은 맞춤형 근로시간제 도입과 전환배치 수용 등으로 근로 유연성을 높이고 신기술 교육훈련을 의무 이수하는 등 생산성 향상에 힘쓴다. 사측은 투명경영을 실현하고 전년 대비 초과이익 발생 때 생산성 향상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혁신적인 보상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부산시가 자체 개발한 좋은 일자리와 좋은 일터 평가·선정기준에 포함되도록 노사가 공동으로 협력한다.
이번 부산형 일자리 사업은 기업이 속해있는 지역사회와도 상생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지역사회는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에 나섰다.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이 9만 평에 달하는 항만 인접 부지를 후발 투자계획 기업인 코렌스에 전격 양보했고 부산시는 친환경차부품기술허브센터 건립, 스마트제조 실증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 미래차 인프라를 확충하고 관련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는 등 미래차 수출 전진기지로 도약하기 위한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역 산·학·연·관은 상생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기차 핵심부품 기술 국산화를 지원하고 기술인재를 양성·공급한다. 지역 금융기관으로 참여한 부산은행은 중소기업의 약점인 초기 투자비용 리스크를 덜어주기 위해 통 큰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참여기업들은 계획된 투자·고용 이행은 물론 사회연대기금 출연 등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번 부산형 일자리가 탄생하기까지 해외투자를 국내로 돌리도록 하는 일에서부터 부산시와 지역 노사민정은 그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직접 조용국 코렌스 회장과 지역의 미래산업 발전을 함께 고민하면서 국내투자를 용단하도록 설득해 지난해 7월 15일 코렌스 EM과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어 2019년 8월부터는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참여기업, 지역사회 노사,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노사민정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안 마련을 위한 활발한 토론과 논의과정을 거쳐왔다. 합의 과정에서 협약 주체 간 갈등이 있었지만 실무조정위원회를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갔고 지난달 9일 노사민정 모두의 양보와 협력을 이끌어냈다.
부산형 일자리는 동남권 자동차산업 벨트 배후의 풍부한 산업 인프라와 유라시아 관문인 부산신항을 통해 부산이 글로벌 미래차 수출 전진기지로 재도약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함께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성장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한 지역 균형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노사가 손을 잡고 원·하청이 어깨 걸고 부·울·경이 함께 걸을 것”이라며 “부산 미래차 르네상스로 대한민국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코렌스는 1990년에 설립된 자동차 엔진 부품 제조사로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프리미엄 메이커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8년 연매출 3,400억 원, 지난해 연매출 5,000억 원을 이룬 중견기업이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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