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어딘가, 하늘은 파랗고, 꿈꿔왔던 일들은 현실이 되네(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오버 더 레인보우’의 이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이 곡은 우리를 꿈꿔왔던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누군가는 영화가 ‘꿈’이라고 했던가. ‘오즈의 마법사’ ‘스타 탄생’ 등의 작품으로 할리우드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배우 주디 갈랜드(1922~1969년)는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갈망하는 사랑과 꿈을 가장 환상적으로 표현한 배우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2세 때부터 무대에 오르기 시작해 한 번도 자신만의 꿈을 꿔보지 못한, 어쩌면 가장 불행한 여자였다.
영화 ‘주디’는 누구보다 사랑받았지만 외로웠던 갈랜드의 바스러질 듯 약했던 마지막 6개월을 그렸다. 이야기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몸 밖에 내놓은 나의 심장’과도 같은 아들과 딸을 부양할 돈이 없어 아이들을 전남편에게 맡기고 영국 런던 투어를 떠나는 것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선택한 런던 투어는 주디가 아직 가수로서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했다. ‘역시 주디’라는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화려한 부활에 성공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건강이다. 어린 시절 MGM과의 ‘노예계약’으로 잠 잘 틈도 없이 일을 하며 평생 수면제, 각성제, 다이어트 약을 달고 산 그의 심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지만,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무대공포증이 있는 듯 숨고 도망치려 한 모습에서 그의 삶의 고단함과 고통이 그대로 전달된다.
주디 역을 맡은 러네이 젤위거는 이 작품으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부러질 듯 가시 같은 몸매에 고통을 숨긴 듯한 짙은 화장, 삶의 방향을 잃은 듯 처연하지만 아름다웠던 스타이자 엄마, 그리고 꿈과 사랑을 갈망했던 한 여자 주디를 젤위거만큼 표현해 낼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관객들을 전율케 한다.
영화는 “누굴 얼마나 사랑하는가보단 얼마나 사랑받는지가 더 중요한 것야“라는 ‘오즈의 마법사’의 대사로 끝이 난다. 우울증을 어떻게 치료했냐는 의사의 질문에 ”네 번의 결혼이요“라고 답할 정도로 사랑받고 싶었던 주디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26일 개봉.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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