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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연장' 부작용 뻔한데…文, 총선 두달전 불쑥 꺼내

임금체계개편 등 뒷받침 안되면

노사글등 심화·고용감소 우려

'정치적 구호'로 변질 가능성 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의 올 해 업무보고에 참석해 문성현(오른쪽)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고용노동부의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돌연 고용연장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연장 논의도 또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용 연장을 제도화하려면 호봉제 등 임금체제 개편이나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도적 정비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노사 갈등 심화, 청년 취업난 심화, 기업 고용부담 증가에 따른 고용 불안 등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불쑥 튀어나온 문 대통령의 ‘고용 연장’ 발언이 불과 두 달 뒤로 다가온 총선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부는 대통령의 발언이 법정정년 연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용 연장’을 의무화하는 게 아니라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하는 기존의 ‘계속 고용’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이날 업무보고에서 밝힌 고용 연장 정책들도 이 같은 맥락이다. 먼저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은 우선지원대상기업·중견기업이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소속 노동자가 정년이 됐을 때 3개월 이내 재고용하는 식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사업주에게 분기마다 90만원씩을 지원한다.

또 오는 5월부터 직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은 1년 이상 재직했으나 정년·희망퇴직 등으로 이직 혹은 퇴직하게 된 50세 이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로상담 및 설계,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도 부여된다. 또 제조업 생산직, 서비스직 등 업종·직종별 생애경력설계서비스의 규모를 연 4만명으로 확대하며 주요 업종에 대해서는 고령자 고용 매뉴얼을 개발 및 보급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고용 연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년 연장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3년 밖에 안 된 점을 고려해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오는 2022년부터 ‘계속고용제도’ 도입 논의를 시작한다는 입장이었다. 계속노동제도는 기업에 정년 연장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등 사전 정지작업 없이 고용 연장 논의를 본격화할 경우 각종 부작용도 우려된다. 나이와 연차가 오를수록 임금도 오르는 연공서열 성격이 강한 현행 임금 체계에서는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정년 연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에 대한 고려 없이 정년의 60세 이상 의무화를 시행하면 노동비용이 올라가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정한 일자리를 두고 고령자와 청년이 경합하면서 세대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계속고용제도는) 고령화에 따른 대응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완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언급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라 2~3년 정도 지나면 청년 고용 문제도 개선의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고용연장의 필요성을 언급한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필 총선까지 두 달 남짓 남았다.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금 확산한다면 경제·사회적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둔갑해 불필요한 논쟁만 붙일 우려가 크다. 고령화에 따른 바람직한 대응책을 두고 깊이 있고 차분히 고민하기보다 정치적 구호로만 쓰일 경우 문제점만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고용부는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지역 중심으로 민간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각 광역 지자체로부터 받은 고용 위기 우려지역의 중장기 일자리 패키지 사업 제안서 가운데 몇 개를 선정해 지원하는 식으로 지역 고용위기에 선제대응한다. 광주·군산·부산 등지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지역상생형 일자리’ 등 지역·산업별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지역을 잘 아는 지자체가 계획을 세우고, 중앙정부는 재정지원과 컨설팅 등만 제공한다. 아울러 정부에서 운영해 온 신기술 인력 양성 사업은 그간 14개 부처에 21개 분야로 나뉘어 있었으나 고용부가 올해부터 이들 사업 예산을 전부 모아 재조정하게 된다.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 수를 지난해보다 15.2% 적은 725명 이하로 대폭 줄인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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