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가 이중고에 처했다. 지난 2016년 이후 돈줄을 죄는 맞춤형 유엔 안보리 제제 이후 북한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하지만 숨도 돌리기 전에 전염병 악재가 부상했다. 특히 육·해·공을 ‘셀프 밀봉’하는 봉쇄조치가 상당기간 이어지는 데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은 높다. 특히 무역 비중 90%를 점유하는 중국과의 무역 중단 부작용은 심각한 경제 파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 2003년 8개월간 지속한 사스 대응 조치를 고려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외무역 중단은 더위가 물러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대중 무역 중단이 북한 경제에 미칠 파급 분야는 일차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업이다. 품목별로는 임가공 원자재, 장비 기계류와 식료품 등 소비재다. 중국제 공산품 유통이 핵심 거래 품목인 장마당의 물자 공급 차질로 인민들의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그나마 현금 조달의 창구였던 관광업은 개점휴업이다. 코로나19는 이미 유엔 안보리 제재로 휘청거리는 북한 경제를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2015년 기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었으며 인도·파키스탄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안보리 제재가 작동하며 무역액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과의 무역만이 지속되며 2018년 전체 북한 수입액 중 중국의 비중은 95.5%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북한 경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2015년 -1.1%를 제외하고는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2017년은 -3.5%를 기록했다. 2018년 역시 제재로 인해 -4.1%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도 비슷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2019년 개정헌법 서문에서 밝힌 핵보유국과 무적의 군사 강국 건설정책에 따라 군수 경제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내각 중심의 일반경제가 위축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완화에 연연하기보다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대책이 과연 제재를 극복하고 자력갱생으로 경제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찻잔 속 태풍이 아니라 찻잔을 넘어뜨리는 강풍 스타일의 경제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베트남의 1986년 도이모이 개혁이나 1978년의 덩샤오핑의 점·선·면(点·線·面) 개혁·개방 전략과 같은 ‘게임 체인저’식 조치 없이 미봉책으로 북한 경제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인민을 현혹하는 선전 선동구호일 뿐이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와 제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평양 권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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