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는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소련)이 서로 세계 패권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과 긴장관계를 이어가는 냉전체제로 재편됐다. 지난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이제는 역사의 유물이 됐지만 말이다.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57년 10월4일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 지구궤도를 돌게 된 것이다. 그해 11월3일에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탑승한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해 유인 우주선의 가능성을 열었다. 당시 미국은 “수소폭탄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소련의 무기체계와 과학기술 수준을 별로 믿지 않았다. 그러니 이 사건으로 미국이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스푸트니크 충격’이라고 부른다. 이후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하는 등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군비확장 및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강화와 함께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69년에는 인류 최초로 사람이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가서 달을 밟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이제 미국의 과학기술은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서가 되려고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면서 나는 미국이 ‘스푸트니크 충격’에 대한 후속조치로 시골 공공도서관에 투자하게 됐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 최첨단 우주기술과 시골 공공도서관이 대체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미국 의회와 연방정부는 ‘스푸트니크 충격’을 계기로 1956년 ‘도서관봉사법’을 제정했다. 연방정부가 낙후된 시골 공공도서관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인력, 장서, 기자재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1964년에는 ‘도서관봉사법’을 대체한 ‘도서관봉사 및 건축법’이 발효됐다. 이 법 덕분에 장애인·저소득가정·노인·소수인종·시설수용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공도서관의 정보서비스와 문해 교육을 위한 재정 투자가 강화됐다. ‘도서관봉사 및 건축법’은 다시 1996년 ‘도서관봉사 및 기술법’으로 대체돼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 법은 지금까지 도서관 건물을 짓기 위해 배정하던 예산을 정보기술에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도서관이 기술적 인프라를 갖추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이 특징이다.
지금 미국의 정책사례가 그저 부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1991년부터 공공도서관을 건립하려는 지방자치단체에 국고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하나로 작은도서관 건립과 노후 공공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전국적으로 공공도서관이 크게 늘었고 그 혜택을 많은 국민이 누리게 됐다. 그런데 여전히 건립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옳은가. 미국의 경험이 시사하듯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타이밍이다. 이제는 지난 30년간의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때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기술 등 환경변화에 반응해 도서관 운영과 정보서비스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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