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공사 벌점제 강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처벌 만능주의 규제 강화 정책”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래 목적인 부실 방지 효과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 소속 15개 회원단체는 19일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처벌 만능주의 규제 강화 정책으로서 제도의 근본적 문제점 해결 없이 제재 효력만 대폭 강화해 기업 생존까지 위협하게 된다”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명탄원서를 청와대와 국토부, 국회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탄원서에서 “부실벌점제도의 취지는 경미한 부실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부실시공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 오시공, 현장 및 공정관리 미흡 등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사실상 기업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처벌을 할 수 있어 업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건설공사 과정에서 부과되는 벌점의 산정방법을 현행 누계평균에서 누계합산으로 바꾸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벌점을 점검 현장 수로 나눠 평균치에 해당하는 벌점을 부과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업장별 벌점을 모두 합쳐 벌점을 메기게 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업체의 부과 벌점이 평균 7.2배, 최대 3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벌점을 받은 건설사들은 벌점에 따라 공공공사 입찰 참가 시 불이익을 받는다. 또 지난 2018년 9월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해 선분양 제한도 받게 된다. 벌점 1점 이상이면 분양 일정을 골조공사 3분의 1 이후로 미뤄야 한다. 3~5점이면 골조공사 3분의 2 이후, 5~10점이면 골조공사 완료 후로 분양이 밀린다. 10점을 넘으면 사용검사까지 마친 후 후분양만 가능하다.
건설업계는 “입법예고안 그대로 시행되면 견실한 대형·중견업체들까지 퇴출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지역 중소업체들도 적격점수 미달 사태로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며 “회복세로 돌아선 지역건설경기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건단연은 개정안 중 △벌점 산정방식의 누계합산 방식 전환 △공동이행(컨소시엄)에서 벌점을 대표사에만 부과 등 조항이 헌법상 형평(비례)의 원칙 및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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