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을은 5선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16대, 18~20대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구로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 기반이 두터운 곳이다. 비교적 젊은 층인 40대 이하 주민 비율이 40%에 달하고 호남 출신 지역민 비중은 36%에 이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미래통합당 후보)은 이 지역에 지난 2018년 말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고 ‘표밭갈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바로 그곳에 민주당이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했던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략공천함으로써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맞붙는 ‘종로 대전’에 이어 두 번째 민주당과 통합당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20일 출범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국민소통대변인을 맡은 고 전 대변인은 먼저 대국민 메시지를 던지면서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탄핵을 도모했던 이의 후예가 그 역사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당이 총선 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오 전 시장은 통합당 서울시당을 찾아 정책과 공약을 점검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광진은 참 할 일이 많은 곳”이라며 “이번 선거가 여야의 정책 경쟁을 통한 해법 모색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오후에는 지역구 내 두 곳의 어린이집 개원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찾아 교사·학부모와 만나고 애로사항을 듣는 간담회를 가졌다.
고 전 대변인의 최대 강점은 젊음과 순수하고 참신한 이미지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와 현 정부에서 대변인직을 수행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인사의 전폭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친문 유권자 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2월 3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48%다. 하지만 정치경력이 부족하다는 점과 지역구 선거를 치른 적이 없다는 점 등은 약점이다. 다만 광진을에서 5선을 지낸 추 장관의 기반을 승계한다면 그 같은 약점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 신인’인 고 전 대변인이 ‘보수 잠룡’을 꺾을 경우 그의 정치적 위상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친문 후보로서 ‘정권심판론’은 위협 요인이다.
이번 선거에서 오 전 시장의 강점은 이제 막 지역구가 확정된 고 전 대변인과 달리 주민과 소통의 시간이 길었다는 점이다. 그는 2018년 말 자유한국당(현 통합당)에 입당하면서부터 출마 지역구로 광진을을 택했다. 그때부터 이미 거처를 이곳으로 옮겨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고 많은 지역민을 만났다. 자연히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밝을 수밖에 없다. 제33·34대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쌓은 경험도 큰 자산이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재선 시장 출신으로 지역구의 미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라며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많은 주민과 만나면서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도 열 명에 한두 명에서 절반 이상으로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그가 고 전 대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舊) 정치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임지훈·안현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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