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쓰고 있는 마스크는 뭐냐. 당신 약사들 쓰려고 숨긴 것 아니냐.”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소재 K약국에 방문한 한 고객은 “언론 뉴스에서와 본 것과 달리 왜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느냐”며 약국 관계자에게 성화를 부렸다. 약국 관계자는 실제로는 마스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고객은 화가 풀리지 않은 채 뒤돌아갔다.
정부가 마스크 수급난 해결을 위해 일선 약국, 우체국 등에 마스크 350만장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날 시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정반대였다. 정부가 당초 발표와 달리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선 약국에 물량을 공급할 도매업체를 한 곳 지정했다. 하지만 해당 도매업체와 거래하지 않던 약국들은 마스크 물량을 정부 지정 도매업체에서 받아야 하는지 기존 거래 업체를 통해 확보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바 없어 혼선을 겪고 있다.
우체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정부가 읍·면 소재 등 취약 지역부터 마스크 물량이 우선 배정되면서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당장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물량에 서울 내 우체국들은 향후 오프라인 판매를 진행할 지 여부도 미지수다.
정부가 우선 공급을 약속했던 대구·경북 지역 역시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다. 대구 지역 우체국들은 이날부터 정부가 공급하는 마스크를 판매하겠다고 알렸지만 애초 밝힌 만큼의 물량이 실제 도착할지도 미지수다. 대구지역의 한 우체국 관계자는 “오늘 오후 5시가 판매 예정시간인데 3시간 전인 지금까지 물량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우체국들에 따르면 대체로 우체국 당 마스크 판매 물량은 300개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내 우체국이 전체 80여 곳임을 고려하면 전체 공급 물량은 하루 2,400여장에 불과하다. 인근 약국에도 마스크 물량이 동났다는 안내문이 허다했다.
이처럼 정부의 마스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시민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대구 동구 동교동우체국은 앞서 마스크 판매를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한다고 써 붙였다가 이후 관련 안내문을 뜯어내기도 했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김새빛(34) 씨는 “오늘 아침 동네 근처 여러 농협과 우체국을 다 돌아다니면서 판매 시기를 확인하러 다녔다는데 하마터면 잘못된 정보로 구매 기회를 놓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선 약국과 우체국 등으로 공급 물량이 도착하지 못하는 데는 정부가 마스크 생산 공장을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위약금을 지불하면서까지 공장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이 먼저 계약한 공장들이 많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공장과는 가격 등 여러 문제로 계약 성사가 지체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체 물량 중 20% 이상이 수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해결되지 않자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쓰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포털 블로그와 유튜브에는 ‘DIY 마스크’, ‘마스크 만들기’ 등의 제목을 단 영상과 게시글들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마스크 원단으로 사용되는 헤파(HEPA)필터도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오기가 무섭게 빠르게 팔려 나가고 있다. 관련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페이지에는 ‘주문 폭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된다’는 안내 문구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허진·김태영·심기문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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