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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增稅 뒤의 역습…감당할 준비 돼 있나

이철균 시그널부장

공시가격·집값 상승에 재산세 66% 급증

3년간 월급 실수령액 증가 사실상 ‘제로’

샤이 A씨 “주변에 총선 벼르는 사람 많다”

정부, 뒤늦게 완화案…선거 ‘눈속임’ 지적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있다는 A씨는 4월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근래 들어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곳곳에서 느끼지만 그의 변화는 좀 놀라웠다. 최저임금부터 정규직화, 각종 규제 등의 정책을 놓고서 기자와 얼굴을 붉힐 정도로 그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 다소 거칠고 과속하지만 경제정책의 선의(善意)를 믿는다는 것이다. 그랬던 그를 바꾼 것은 무엇이었을까.

세금과 부동산 정책.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25년 차의 샐러리맨인 그는 집 한 채를 갖고 있다고 했다. 빚도 제법 있다. 그래도 조금씩 늘었던 재산세는 ‘기꺼이’ 감당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금의 증가속도를 느꼈다고 한다. 계산해보니 2019년분은 3년 전에 비해 66%나 늘었다. 같은 기간 월급의 실수령 증가액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기에 피부에 와 닿는 체감의 강도는 매우 컸다. 집값 상승이 물론 한몫했다. 이 부분은 당연히 수긍한다고 했다. 그러나 곱씹어보니 이것만이 원인은 아니었다. 공시지가의 현실화가 컸다. 정부는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20% 넘게 올렸다. 세율은 손대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런 식으로 해 걷는 세금도 늘려왔다. 17개 광역지자체가 2019년 징수한 재산세는 9.7% 증가한 12조7,455억원(추경호 의원실)에 달했다. 특히 서울시는 13.7% 늘었다. 세율의 변동은 없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통증 없이’ 거위의 털을 뽑은 셈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올해는 더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시세 9억~15억원 미만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시세가 9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의 일부 단지는 공시가격이 20~30% 이상 또 오른다. 서울만 놓고 봤을 때 아파트 중위(中位) 가격은 9억5,000만원(2월10일 기준·KB국민은행)이다. 서울 아파트의 절반이 9억원을 넘었다. 과반의 서울 아파트가 공시가격 현실화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것인데 곧 손에 쥘 재산세 고지서를 보며 치를 떨 이들이 또 늘 판이다.



A씨의 말이다. “모임에 나가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샤이 A씨’가 넘쳐난다. 그는 “지금은 낼 능력이 된다. 앞으로가 문제”라고 했다. 중과하는 고가주택의 기준은 9억원으로 바뀌지 않은 채 공시가격 상승, 종부세율 상향 조정 등으로 은퇴 후에는 버틸 체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A씨는 “많은 이들이 총선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라고 힘을 줬다.

정치인의 본능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세금부담 완화방안을 주문했다.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그간 행보를 볼 때 고가주택의 기준을 더 높이거나 세율인하, 더딘 공시지가 현실화 등의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부동산 투기, 잡아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머뭇거리지 말아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부는 이쪽저쪽의 표심을 다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마치 ‘유훈’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인상도 받는다고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 많은 성공적인 정책을 펼쳤던 참여정부는 부동산만은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오기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현실이었다. 3년간 정말 쉬지 않고 대책을 냈다. 상식을 파괴하는 금융규제부터 세제까지…. 무려 19번. 과하면 넘친다. 세제는 뒤틀렸고 금융은 왜곡돼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지만 ‘오기’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있다. 다만 많은 지지자들은 떠나고 경제는 무너져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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