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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이어 홍상수까지...K무비 명성 드높이다

[홍상수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홍상수, 김기덕 감독 수상 이후

16년만에 한국인으론 두번째

시상식서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

"두 여배우들에 박수 보내 달라"

홍상수 감독이 2월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뒤 무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홍상수(60) 감독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2월29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K필름의 명성을 다시 한번 드높인 쾌거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딸도아닌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네 번째로 진출한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한국 감독으로는 지난 2004년 ‘사마리아’의 김기덕 감독 이후 16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감독상을 품에 안게 됐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불륜설’이 무성했던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38)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둘의 관계를 공식화한 자리이자, 김민희가 앞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한국 최초의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두 사람에게는 각별한 무대다.

홍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무대에 올라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심사위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해 출연 배우인 김민희, 서영화가 일어나 박수를 받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올 봄 개봉될 예정인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가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줄곧 호평을 받았으며,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이 2.7점으로 총 18편 중 상위권에 오르면서 수상이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위선, 속물근성, 그리고 남녀 간 역학관계 등을 술자리 등 일상을 통해 다소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까발리며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홍 감독 스타일은 이번 영화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홍 감독은 수상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가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해서 현대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나는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면서 “되도록 큰 의도를 갖고 만드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강한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즉흥적이면서 독창적인 연출로도 유명하다. 촬영할 장면의 대사를 그날 아침에 써서 배우들에게 나눠주고, 배우들의 실제 말투와 성격, 습관을 극중 캐릭터에 접목하기도 한다. 앞서 홍 감독은 “촬영을 시작할 때는 구조나 내러티브에 대한 전체적인 아이디어 없이 시작한다”며 “내가 하고 싶은 몇 가지 소재로부터 시작해 그다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반응으로부터 무엇이 나오는지를 본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삶은 어떤 종류의 일반화도 모두 뛰어넘는 것”이라며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모든 일반화와 장르 테크닉, 효과 등을 배제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열고 믿는다” 라고 덧붙였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가운데) 감독이 2월29일(현지시간) 출연 배우인 김민희(왼쪽), 서영화와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이번 영화는 홍 감독과 김민희가 7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2월25일 공식 기자회견으로 3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두 사람은 커플링을 끼고 등장해 서로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다만 홍 감독은 불륜 관계에 대한 국내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영화제 일정에서 국내 매체들과의 인터뷰는 배제했다. 지난 2017년 김민희와 연인 관계임을 인정한 홍 감독이 앞서 아내에 대해 제기한 이혼소송은 지난해 법원에서 기각됐다.

한편 이날 영화제의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곰상의 영예는 ‘데어 이즈 노 이블’을 선보인 이란 출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에 돌아갔다. 라술로프는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출국 금지를 당해 이날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해, 출연 배우이자 감독의 딸인 바란 라술로프가 대리 수상했다. ‘데어 이즈 노 이블’은 도덕적 힘과 사형에 관한 주제를 4가지 이야기로 변주한 작품으로, 개인의 자유가 독재정권과 위협 아래서 어느 정도까지 표현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베를린영화제는 정치·사회적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색깔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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