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 대유행) 공포가 지난 주(2월24~28일) 글로벌 금융시장을 집어삼켰다. 미국 뉴욕 증시를 비롯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2.36% 폭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1.49%, 10.54% 추락했다.
미국에서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데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지역사회 감염이 이어질 경우 미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4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유럽의 코로나19 발원지가 된 상태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의 여파로 S&P500 기업의 올해 순익 증가율이 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코로나19가 미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긴급성명을 통해 “우리는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0.25%포인트의 금리가 인하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가 패닉 상태에 빠진 미 증시를 얼마나 떠받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권시장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미국 국채로의 자금 쏠림을 부채질했다. 국채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채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3시(미 동부 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16.9bp 급락한 1.127%를 기록했다. 2011년 11월 이후 하루 낙폭 기준으로 최대다. 10년물 수익률은 나흘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지난주 34.3bp나 떨어져 2018년 12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나타냈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22.1bp 폭락한 0.878%에 거래돼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지난주 47bp 떨어졌는데 2001년 9.11 테러 주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12.4bp 떨어진 1.658%를 나타냈다. 역사적 저점을 연일 낮췄으며 지난주 25.9bp 내렸다.
◇외환시장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 주 1.27% 떨어져 최근 3주 이상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 일본 엔과 스위스 프랑 등 안전통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변동성 확대 속에서 캐리 트레이드의 되돌림이 나타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강해져 달러는 주요 통화에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3월 외에 추가로 두세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완만한 금리 인하가 강력한 효과를 낼 것 같지 않다”면서도 “3월부터 6월까지 세 번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폰젠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안드레 폰젠 외환 분석 대표는 “바이러스가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며 “이 결과 엔이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통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전자산으로의 이동 외에도 펀드매니저들이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를 되돌리는 경향이 있어 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시장
국제 유가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경우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주요 자산 중에서도 큰 충격을 입었다.
지난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33달러(5.0%) 폭락한 44.7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 주에만 16% 넘게 폭락했다.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도 이날 약 7년 만에 최대폭인 4.6%가량 폭락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마저도 현금화하려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산유국들의 정례 회동을 주시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수석 원자재 연구원은 “유일한 강세 재료는 산유국 회동에서 추가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라면서 “러시아가 최근에는 다소 부양적인 발언을 내놓았고, 사우디는 이미 수요 감소에 대응한 엄격한 감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미 중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하루평균 50만 배럴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전망(3월 2일~6일)
이번 주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주목할 전망이다. 파월 연준 의장이 부양책 도입을 강력히 시사한 점은 주가를 떠받칠 수 있는 변수다.
미국 14개 주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슈퍼 화요일’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대의원 수가 415명으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텍사스(228명), 노스캐롤라이나(110명), 버지니아(99명), 매사추세츠(91명) 등 ‘대형주’가 대거 포함돼 있다. 대선후보로 낙점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 수의 3분의 1 정도가 슈퍼 화요일에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주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됐을 수 있는 지표들이 본격적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PMI가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1월에 회복 조짐을 보였던 제조업 PMI가 다시 부진하다면 시장의 불안이 깊어질 수 있다. 연준의 경기 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발표될 예정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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