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명]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살려야 한다

李대통령, 취임 사흘만 전통시장 깜짝 방문

비상경제TF 이은 민생 살리기 의지 보이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유통법 강화 우려 커져

전통시장 점포 감소 등 규제효과도 전혀 없어

규제 대신 마트-시장 동반 성장 방법 모색해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인근 전통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김혜경 여사와 함께 돼지고기·열무김치 등을 구입하고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도 나눴다. 대통령이 된 후 민생 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한 첫 번째 사례다. 취임 첫날인 4일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고 직접 회의까지 주재한 데 이어 그가 민생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통시장은 밑바닥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이날 이 대통령을 만난 상인들은 “경기가 어렵다”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경제는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분기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0.1% 뒷걸음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업체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하며 대조를 보였다. 특히 유통 업계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의 비중을 보면 3월 말 기준으로 온라인이 53.5%,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준대규모점포(SSM)를 모두 합한 오프라인 비중이 46.5%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우려스러운 것은 온라인에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집권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것을 막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집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오세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반드시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에 지정하도록 했다.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2012년 개정된 유통법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로 하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에서 소비자 편익과 온라인 시장 성장 등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 완화에 나선 바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쳐 지정하도록 한 점을 활용해 대구와 청주를 시작으로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부산, 의정부 등 지자체들이 조례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개정 유통법 시행 이후 규제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유통 업체가 고속 성장하는 동안 규제 대상이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활성화하겠다던 전통시장까지 무너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대문시장·방산종합시장 등 중구에 위치한 전통시장 점포 수는 지난해 말 1만 6161개로 2019년(1만 7407개) 대비 1246개(7.2%) 감소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 역시 법 시행 직후인 2013년 383개에서 올해 1분기 370개로 13개 줄었다. 유통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법이 오히려 발전을 저해한 셈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물론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양측이 상생하는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모두 포함된 복합 상권 조성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내에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와 같은 앵커 테넌트(핵심 점포)를 유치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스타벅스가 2022년 12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방치된 폐극장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대표적이다. 인테리어가 독특한 스타벅스가 들어서자 MZ세대가 찾아오기 시작했고 시장 전체가 ‘핫플레이스’가 됐다. 지난해 4분기 경동시장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상승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어느 쪽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지속 성장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눠야 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공존하며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