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와 일터가 문을 닫고, 외출자제가 권고되고 있다. 공연장과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계는 ‘셧다운’ 체제로 돌입했고, 영화관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돼 버린 지금, 상당수 국민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집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게 됐다. 불안과 불신 속에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요즘, 서울경제는 ‘집콕’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위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영화와 그림, 음악, 서적 등 다양한 작품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영화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때로 위로를, 때로는 다시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준다. 그래서 영화는 관객의 꿈과 희망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고들 한다. 코로나19 공포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불안감에 짓눌리는 요즘이야말로 힐링을 주는 영화를 보며 잠시나마 마음의 무게를 털어내는 것은 어떨까. 추천 작품들은 영화평론가와 감독, 영화 마케터 등 대표적인 국내 영화인들의 추천을 받아 서울경제가 엄선했다.
‘기생충’보다 64년 앞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를 동시에 거머쥔 ‘마티(1955)’는 데이트도 못하는 외모 때문에 외로운 노총각 마티와 클라라가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 작품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영화 1~2위로 꼽힐 정도”라며 “평범한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남자주인공 역의 어네스트 보그나인은 평범한 얼굴에 통통한 몸으로 만년 조연에 머물다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으며 그 자신도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201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북’도 인간관계의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흑인 천재 음악가 돈 셜리와 다혈질의 백인 운전사 토니의 우정을 실화를 토대로 따뜻하게 그려냈다. 전 평론가는 “편견과 차별이 맹위를 떨치던 시대에 새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믿고, 인종과 사회경제적 계급을 넘어서 유지한 두 사람이 유지해 간 50년 간의 우정이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재난상황을 극복하고 마침내 희망을 찾아가는 영화들도 볼만하다. 윤성은 평론가가 추천한 ‘더 임파서블(2012)’은 2004년 태국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던 가족이 쓰나미에 뿔뿔이 흩어졌다 극적으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뜨거운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재난 블록버스터로 큰 흥행을 누린 ‘부산행(2016)’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다시 보게 되는 영화다. 윤 평론가는 “바이러스를 연상시키는 좀비들의 공격, 부산이라는 목적지에 좀비의 침투를 막으려는 결말부까지 현실과의 싱크로율이 높다”며 “사투 끝에 여러 인물들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소녀의 노래소리를 듣고 군인들이 총을 거두는 장면은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다룬 영화들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덩케르크’(2017)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연합군 병력을 영국으로 탈출시킨 “다이나모” 작전을 소재로 한 실화 영화로, 적군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력이 큰 호평을 받았다. 한재림 감독은 “극한 상황에서 모두가 힘을 합쳐 생명들을 구해내는 인간애를 그렸기에 이 시국에 더 큰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정체불명 바이러스와 전 인류의사투를 다룬 ‘월드워Z’(2013)’ 역시 “답을 알 수 없던 좀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인류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한감독은 추천했다.
불안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진정한 ‘힐링’을 원한다면 영화인의 박주석 실장과 딜라이트의 양영희 팀장이 추천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 이들은 “주인공이 위기나 상심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거창한 것을 하기보다 도시와 떨어진 고향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친구들과 사소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세상을 겪을 준비를 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따뜻한 풍경, 맛있는 음식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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