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수산물 판매가 급감하고 주요 수산물 도매시장마저 문을 걸어 닫고 있다. 거리에 오가는 사람이 드문데다 수산물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횟집 등도 한집 건너 한 집이 문을 닫는 상태다. 시장이 문을 닫아 판로가 막힌 중소상인들은 직접 활어차를 수소문하고 온라인 판매를 활용하는 등 부심하고 있다.
2일 영남권 각 지자체에 따르면 부산, 울산 지역의 수산물도매시장이 잇달아 영업을 임시 중단하고 있다. 시민들도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꺼리면서 대구·경북 지역 시장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해 사실상 휴업 상태인 곳이 대부분이다.
울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자체 임시휴업 중이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울산시가 사용료 감면 혜택을 제시하자 상인들도 전격 동의했다. 울산시는 수산소매동 임시 휴업기간 중에는 공유재산 사용료를 감면하고 휴업기간 동안 사용하지 못한 공유재산은 향후 사용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울산농수산물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돼 감염증 확산 예방을 위해 부득이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울산시의 결정에 바다에 접해 있는 울산 동구는 일산수산물판매센터와 주전수산물직매장, 방어진활어센터 등 4곳의 문을 닫았다. 북구도 정자활어직매장 등 3곳의 휴업을 결정하는 등 모든 수산물 관련 시설이 영업을 중단했다.
부산 자갈치어패류조합 역시 오는 3일까지 시장 현대화건물 1~2층을 휴업한다.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부산 남항에서 수산물 유통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자갈치 시장이 문을 닫은 건 75년 만에 처음이다. 자갈치시장 옆 신동아수산시장도 4일까지 임시 휴업 중이다. 신동아 관계자는 “4일 다시 회의를 열어 임시 휴업을 연장할지 결정할 계획”이라 말했다.
도매 위주인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도 1988년 시장이 생긴 뒤 처음으로 지난달 23일 하루 휴장했다. 근무자인 2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모든 시설을 소독하고 휴장한 것이다. 시장 측에서 수산물 상인을 상대로 구두 조사한 결과 지난주 방문객은 70~80% 줄고, 매출은 40~50%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구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경북 동해와 경남 남해에서는 제철을 맞은 대게와 전복, 멍게 등이 전통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할 수 없게 되자 비상이 걸렸다. 경북 동해안 관광벨트 중 최대 규모인 포항 죽도시장은 포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께만 해도 전국에서 매일 200~300여명의 관광객이 대게를 맛보기 위해 찾았지만 현재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대게 판매식당이 즐비한 영덕 강구항 일대에도 발길이 뚝 끊겼다. 현재 박달대게 최상품이 12만~15만원 선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가격이 3만~4만원 내렸고, 일반 대게도 4만~7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경남 통영은 코로나19로 판매가 부진해 보이자 한 인터넷 쇼핑몰과 손잡고 전복과 멍게 등을 최대 37% 할인하며 판매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