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미뤄온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지역 공천 면접을 시작했다. 친박 낙인으로 대대적인 쇄신이 예고된 TK 면접날 공관위는 PK의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하는 강수를 던졌다. TK 의원들이 스스로 험지로 걸어 나오지 않으면 최대 80%를 낙천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관위는 2일 대구·경북지역 4·15총선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에 돌입했다. 공관위가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TK 지역 면접을 무기한 연기한 지 10여일 만에 심사가 재개됐다. 면접은 현역 의원들의 경우 국회 일정에 맞춰 대면으로, 지역 예비후보자들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날은 오전10시30분부터 대구지역 8개 지역구의 공천 면접을 실시했다.
TK지역은 지난 2016년 총선 때 ‘진박(진실한 박근혜계)’과 ‘공천살생부’ 파동의 중심부다. 당시 공관위원장이 발탁한 친박계열 초선 그룹인 ‘이한구 키즈’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공천 파동이 끝난 후 친박과 비박은 죽기 살기로 싸우며 보수분열과 탄핵사태까지 불렀다. 비박의 주역이던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를 택했다. TK도 버금가는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관위의 압박 수위는 최고조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TK지역 면접에 임한 현역 의원들은 전원 ‘불출마 권고’를 받은 채 면접을 시작한다. 통합당 관계자는 “TK지역 의원 가운데 용퇴한 분을 제외한 현역 의원 모두 공관위에서 불출마를 요구하는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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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TK는 통합당 명함을 달면 대부분 당선된다고 인식되는 지역이다. 달리 말하면 공관위가 의석을 잃을 부담 없이 강한 쇄신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 바로 TK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TK지역 의원 20명 가운데 80%가 날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현역 의원 가운데 대구 2명, 경북 2명 빼고는 모두 물갈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압박을 버티고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유력하다. 이에 TK 의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탄핵 사태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3법(공수처·선거법·검경수사권 조정) 때 끝까지 당에 남아 싸웠는데 공천에서 쇄신 대상이 되면서다. TK지역의 한 의원은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와 싸웠는데 외부 인사보다 불이익을 받으면 누가 당에 충성하느냐”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아는 공관위는 TK 면접날 전후로 PK 대선주자인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홍 전 대표를 사실상 컷오프하며 ‘험지 또는 공천배제’ 원칙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공관위로부터 험지인 창원 성산 출마 요구를 받았지만 거절하면서 공천이 어려워졌다. 이날은 고향 출마를 고집하던 홍 전 대표가 여권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을 꺾겠다며 옮긴 지역인 양산을에 추가 공천 신청자 모집을 공고했다. 이로써 홍 전 대표는 수도권 험지가 아니면 컷오프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공관위는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맞대결할 인물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공관위는 서울과 경기·인천지역에 무더기로 추가 공모 신청 공고를 냈다.
공관위는 이날 회의 결과 서울 영등포갑에 옛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의원, 송파을에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각각 단수공천했다고 발표했다.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컷오프된 서초을에는 이 의원과 같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희숙 교수를 우선추천(전략공천)했다. 은평을은 허용석 전 관세청장, 성동갑은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강동을은 이재영 전 의원이 각각 단수수천을 받았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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