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47.7%)이 우리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한 가운데 이 같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중 ‘소득주도성장’부터 궤도를 바꿔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40대 이상 남성과 사무직·제조업이 몰린 부산·울산·경남, 이념별로는 보수층과 중도층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들이 급여를 감당하지 못해 40대 중반 이후부터 조기 퇴직하는 사회가 되고 있고 이들이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5~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3.1% 포인트)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가운데 수정이 필요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33.5%) △공정경제(15.3%) △혁신성장(10.8%) 순으로 8일 나왔다. ‘수정할 필요 없다’는 답은 22.1%, ‘모름/무응답’은 18.3%였다. 보수층에서 45.9%, 중도층 39.3%가 소득주도성장의 변화를 말했다. 진보층의 소득주도 정책 수정 요구는 23%에 그쳤다.
연령별로 보면 40대(36.2%)와 50대(34.7%), 60대(34.2%)가 평균(33.5%)보다 높은 비율로 소득주도 정책의 수정을 택했다. 반면 18~29세(27.9%)와 30대(34.0%)는 40~60대보다 소득주도성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비율이 낮았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매년 전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두 가지를 축으로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기본급을 상정하고 연장 근로를 통해 임금을 높이 가져가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근로자는 덜 일하고 임금을 높아졌지만 기업은 생산성 향상이 담보되지 않으면 인건비 등 생산비가 늘어나게 된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은) 20대와 30대의 급여를 굉장히 높여줬다”며 “하지만 50대는 자녀 결혼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는데 기업 부담이 커지면서 대기업도 50대 초반으로 넘어가면 명예퇴직하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을 말한 응답자 가운데 사무직(화이트칼라·37.4%)이 생산직(블루칼라·32.9%)보다 비중이 높은 것도 상대적으로 퇴직 시기가 짧은 사무직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받은 자영업도 종사자 3명 가운데 1명(33.9%)이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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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40.1%)이 가장 높았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교역감소에 이어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며 주로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이 몰린 부울경이 영향을 받은 것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제조업의 업황지수는 65로 2016년 2월(63)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과 복지지출 확대로 대변되는 공정경제 정책의 수정(15.3%)은 18~29세(15.9%), 40대(15.5%)가 높았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18.6%), 농림어업(17.1%)과 자영업(16.6%)이 평균(15.3%)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혁신성장에 대한 변화(10.8%)는 50대(13.7%)와 30대(13.1%), 광주·전라(16.8%)가 높았다.
19번이나 대책을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한다(47.9%)는 의견이 반대한다(41.8%)는 답보다 많았다. ‘모름·무응답’은 10.3%였다. 40대(58.7%)와 50대(54.4%)의 찬성 비중이 높았다. 반면 20대는 찬성 41.2%, 반대 39.3%로 팽팽했고 30대도 찬성 50.8%, 반대 43.8%를 기록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서울의 경우 찬성 49.4%, 반대 43.7%를 각각 보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 여론은) 집을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1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셀 가중)으로 2020년 3월 5~6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응답률 26.1%)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 면접조사(100%)로 실시됐다. 피조사자 선정방법은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엠브레인퍼블릭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구경우·하정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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