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가파르게 치솟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성숙한 시민의식도 감염병 확산세를 누그러뜨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진자와 의심환자들은 자가격리 지침을 성실히 따르면서 추가 감염을 예방하고 일반 시민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조기 종식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있다. 또 시민들의 다양한 형태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를 이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11일 전국 각 지자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환자들이 방역 당국의 자가격리 지침을 철저히 따르면서 추가 감염을 최소화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울산의 24번째 확진자가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은 지난달 29일 조모상을 당해 자신의 자동차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던 대구 지역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2일 장례식을 마친 뒤 가족이 살고 있는 동구 자택이 아닌 북구 명촌동에 있는 원룸으로 향한 그는 6일까지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냈다. 두 차례 잠시 편의점에 들러 생수와 샐러드 등 생필품을 산 것이 전부다. 이 과정에서 접촉자는 단 1명뿐이었다. 이에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9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해당 여성에 대해 “24번째 확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지역 간 거리 극복하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했다”면서 시민이 직접 방역 주체로 실천한 우수 귀감 사례”라고 극찬했다.
모범적인 자가 격리 외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대구청년CEO협회가 지난 2일 시작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빵셔틀 프로젝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빵셔틀 프로젝트는 200만원이 모이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 남구 대명동 일원 빵집에서 빵을 사 기부하는 릴레이 프로젝트다. 첫 번째 기부 활동으로 경북CEO협회·이든홀딩스와 함께 빵 500개를 대구시의사회에 전달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마스크 안 사기 운동’이 화제다. 이 운동은 마스크 품귀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취약계층 등에 구매 기회를 양보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경기 고양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지난 9일 ‘공적 마스크 안 사기 운동 동참하실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카페 회원의 지지 댓글이 늘고 있으며 일부 회원은 직접 면과 부직포를 이용해 만든 마스크 인증 사진을 올리며 마스크 안 사기 운동 동참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마스크안사기운동’이나 ‘#마스크양보하기’ 등의 해시태그와 동참 의사를 밝히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의 방역 활동 참여도 눈에 띈다. 우범지대 순찰과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등 ‘동네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는 경기 성남시민순찰대는 최근 활동 영역을 방역으로 확대했다. 시민순찰대원들은 3~4명이 한 조를 이뤄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맡은 구역을 순찰하면서 하수도, 쓰레기 배출 장소, 버스 승차장 등 위생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작업을 벌인다. 동네 주민이 요청하는 곳도 소독한다.
경기 오산에서는 민·관·군이 힘을 합쳐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나섰다. 오산시와 오산시자율방재단, 51사단 등은 오색시장 일원에서 코로나19 지역확산을 막기 위해 시 전역에 전방위 방역 활동을 벌였다. 방역 활동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어진다. 또 숙박시설·미용실 등 다중이용시설과 버스·택시업체에 손소독제를 지원해 비치하도록 했으며 코로나19 예방수칙 홍보물 배부 등 시민 스스로 개인위생을 지키도록 홍보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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