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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신종플루' 이후 최고수준 경고…뒤늦은 결정에 효과는 미지수

[코로나19 WHO 팬데믹 선언]

확진자 12만명 넘어서야 판단

이미 세계각국 봉쇄령 강경책

"너무 늦어…효과 없을것" 지적

獨 2,000명·스위스 650명…

아일랜드·스웨덴선 첫 사망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제네바=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인플루엔자(H1N1) 이후 11년 만에 팬데믹을 선언했다. 그간 팬데믹 선언에 신중했던 WHO는 110여개국에서 13만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오자 떠밀리듯 뒤늦게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다만 이미 각국이 사실상 현 상황을 팬데믹으로 판단하고 대응하고 있어 WHO의 뒤늦은 선언은 코로나19 확산을 진정시키는 데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유럽의 ‘우한’으로 평가받는 이탈리아는 전국 봉쇄령 등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일일 기준 신규 확진 및 사망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 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WHO가 팬데믹 판단을 내린 것은 지난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이어 세번째다. WHO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팬데믹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WHO의 비상사태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우리는 지금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란과 이탈리아는 현재 최전선에 있다. 다른 나라도 그들(이란·이탈리아 국민)이 고통받는 것처럼 조만간 그런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경고했다.

WHO는 상황의 심각성을 우려해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한국과 중국 등을 모범 사례로 꼽으며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브리핑 이후 트위터를 통해 “모든 나라가 여전히 이 팬데믹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상태이다. 이것은 통제될 수 있는 첫 번째 팬데믹”이라고 밝혔다.

WHO가 고심 끝에 팬데믹 판단을 내렸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WHO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로 74개국에서 3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팬데믹을 선포했는데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미 12만명을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브라질 보건부 장관은 “WHO의 팬데믹 선언은 너무 늦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CNN은 9일 자체적으로 전문가들의 진단을 발판으로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부르겠다고 공식 선언했는데 WHO의 발표는 이보다도 이틀이나 늦었다.



선언의 효과도 미지수다. 이미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 등을 실행 중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팬데믹을 선언하는 것이 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새로운 조처를 실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지도 않는다”고 해석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도 “(팬데믹 선언으로) WHO가 하는 일과 각국이 해야 하는 일을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을 제외하고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를 포함해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2일 신규 확진자가 전날 대비 2,300여명 늘어 전국 누적 확진자 수가 1만2,460여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하루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이탈리아는 전례 없는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린 데 이어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렸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1일 밤 총리 집무실인 키지궁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소 2주간 식품판매점과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도 11일 340여명의 확진자가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자유민주당 소속 1명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누적 확진자 수가 450여명으로 늘었으며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도 누적 확진자 수가 650명을 넘어섰다. 아일랜드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도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11일 500명에 이르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고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2,220여명을 넘었다. 북유럽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왔으며 노르웨이에서는 누적 확진자 수가 6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밖에 발칸반도에 있는 알바니아와 불가리아에서도 첫 번째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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