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시인 문정희, 내면의 목소리를 담다

■문정희 지음, 민음사 펴냄

‘동굴은 에로스처럼 부드러웠지만 화살의 날갯짓으로 비로소 꽉 찼다. 시가 보석이건 레지스탕스 혁명이건 무엇이건 간에 시라는 위험한 물결 위에서 표류한 생애가 그 순간만큼은 후회스럽지 않았다.’(파리의 동굴 카페 중)

시인 문정희가 산문집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를 펴냈다. 책은 지난 50년간 시인의 활동을 풀어놓은 일기이자 매혹의 장소를 옮겨 적은 여행기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 번화가 생제르맹데프레의 한 동굴 바에서 만난 타국의 시인들과의 경험담을 쓴 ‘파리의 동굴 카페’에서 저자는 ‘그날의 동굴은 베르사유 궁전보다 단연 황홀했다. 언어는 다르지만 시라는 모국어를 밀실에서 나눌 수 있는 이 운명에 기꺼이 몸을 던진 밤이다’ 라고 회고했다.



저자는 전 세계를 누비며 얻은 영감을 생생히 풀어냈다. 프랑스 낭트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루마니아의 쿠르테아데아르제슈와 중국 홍콩과 난징, 일본 도쿄에서부터 이스라엘 텔아비브, 칠레 산티아고와 자메이카 킹스턴에 이르는 다양한 장소에서의 매혹적인 사유를 담아냈다. 책은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수영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다루고 있다.

각지를 여행하며 혹은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는 모든 순간은 시 창작의 발단이 된다. 책에는 이때 쓴 시 19편도 함께 실렸다. 1만3,000원. /최성욱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