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강을 2주 늦추고 온라인 강의로 봄 학기를 시작한 서울 주요 시내 대학에서는 서버 다운 등으로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고려대의 경우 2교시(오전 10시 30분)에 예상치 못한 4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가 몰려서 과부하로 한때 서버가 다운됐다. 국민대, 한국외대도 이날 오전 온라인 수강을 위한 학교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돼 학생들이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려대에 재학중인 A씨는 “접속자가 몰려 수강 페이지에 접속이 안됐는데 결석으로 처리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고대 측은 “서버를 계속 복구하고 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서버를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강의에 익숙하지 못한 교수들 때문에 첫 수업을 빼먹은 경우도 수두룩했다. 국민대에 다니는 B씨는 “교수님이 시스템에 접속을 잘못해서 강의가 취소됐다는 공지를 받았다”며 “오늘은 그래도 오리엔테이션(OT)라 상관은 없지만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C씨도 “원어민 선생님이 진행하는 프랑스어 회화 수업이 오전 11시에 예정돼 있었는데 아무런 공지없이 그냥 지나갔다”며 “과 사무실에 전화해 보니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을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우려로 모든 수업이 당분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서울 주요 대학 캠퍼스는 봄기운이 무색하게 한산했다. 평소 같으면 학생들로 붐빌 학생회관과 도서관은 직원 몇 명만 오갈 뿐이었고 게시판마다 빈틈없이 붙어 있던 동아리 홍보물도 찾기 어려웠다. 대신 대학 주변 카페에서 온라인으로 학교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 재학중인 D씨는 “원래 집에서는 공부가 잘 안돼 카페에서 수업을 들으려고 나왔다”며 “대학 강의를 카페에서 온라인으로 듣는 것은 처음이다”고 했다.
캠퍼스 생활을 기대했던 20학번 새내기들은 예상과는 다른 첫 대학생활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대 인문대학에 올해 입학한 E씨는 “온라인 수업 관련 과사무실에 전화로 질문하는데 개강 첫날을 다 써버렸다”며 “대학교 가서 동아리도 하고 질 높은 강의도 듣고 싶었는데 아직 대학생활이 시작됐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한동훈·곽윤아·심기문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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