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진하는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전환’이 국민기본소득제를 4·15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기본소득제는 한시적으로 일부 대상자를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제와는 다른 개념으로 국민 1인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시대전환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경제 변화가 생긴 데 이어 앞으로도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 변화와 고령화, 산업의 변화 등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국민기본소득제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국민기본소득제를 제안한 배경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에 모든 사람이 안정적 소득을 유지하게 해 줄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과 기존의 복지정책에 존재하던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법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원재 시대전환 대표는 “우선 2021년에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며 “오는 2028년에는 월 65만원의 기본소득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고 주로 고소득 계층의 세금을 늘려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소득 상위 10% 가량의 국민은 받는 기본소득보다 내는 세금이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90%에 가까운 대부분의 국민은 받는 기본소득이 추가로 내는 세금보다 높아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재정 계획으로 연말정산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등 비과세 감면제도를 없애는 대신 기본소득에 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공정한 과세 체계를 구축하면 예산의 45% 확보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또 구직촉진수당과 근로장려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의 수당을 정리해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할 경우 예산의 26%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30조원 이상 쌓여있는 순세계잉여금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기금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해 부족한 나머지 29%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자본주의로 전환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제정책”이라면서 “국민기본소득제는 바닥에 월 65만원이라는 쿠션을 깔고 시작하는 자본주의”라고 주장했다.
시대전환의 이 같은 주장은 미국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 불거진 기본소득 지급 제안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역시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기본소득 지급 제안이 부유세 강화 공약보다 실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옹호했다. 또 맨큐 교수는 “모든 미국인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시행중인 국가도 있다. 홍콩은 이미 18세 이상 영주권자 모두에게 150만원 가량의 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시대전환의 이 같은 주장은 군소정당의 공약인 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어 총선 이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홍콩은 기본소득제를 시행중인 데 이어 마카오도 검토에 돌입했다”며 “민주당 의원중에서도 기본소득제도에 대해 공감을 하는 의원들이 많아 총선 이후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키로 한 기본소득당 역시 매월 6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소득당은 지난해 노동당에서 용혜인, 신지혜 등 지도부가 탈당해 창당한 당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이 싸늘해 논의가 시작된다 해도 실제 법제화까지는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기본소득 지급보다 감세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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