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발이 묶인 가운데 이란 내 우리 교민 등 80명이 전세기를 타고 19일 한국으로 들어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 교민과 이란 국적 가족 등 80명은 18일 밤(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출발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이날 오후4시26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전세기가 UAE를 경유한 것은 미국의 제재로 국적기가 바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74명과 외국 국적의 재외동포 및 가족 6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 성남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연수센터로 이동한 뒤 1∼2일 정도 머물며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본지 3월13일자 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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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판정을 받은 교민들은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정부는 이란이 중국 우한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시설격리 결정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그간 중국과 일본의 일부 지역에 고립된 우리 국민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투입한 적은 있지만 특정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철수는 이란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페루·에콰도르·필리핀 등 전 세계에 발이 묶인 교민들의 전세기 투입 요구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페루와 이탈리아에서 귀국을 희망하는 인원은 각각 177명과 500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동제한이라는 초강경 조치에 나선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고립된 우리 국민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전세기 투입에 대한 정부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전세기 투입 횟수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급증하고 국내에서 교민들을 수용할 임시거처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내수경제가 침체되면서 재외국민의 귀국을 위한 전세기 투입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도 얼어붙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 내 우리 국민의 이송을 위한 항공사들의 대형 항공기 투입을 거론하며 “국적기와 항공기, 그 외 사용할 수 있는 항공편과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우리가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며 “그게 다 여의치 않을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임시 항공편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추가 전세기 투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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