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현재 주간 20만건 수준인 미국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월 셋째 주 최대 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전체 일자리 가운데 절반가량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파산기업이 속출할 수 있어 실업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메이저 호텔 체인 메리엇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직원 3분의2가량을 일시 해고(강제 무급휴가)했다. 유럽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수십만명의 실업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대란 공포는 현실화하고 있다.
22일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3월 첫째 주(1∼7일) 21만1,000명이었던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둘째 주(8∼14일)에 28만1,000명으로 급증했다. 오는 26일 발표될 셋째 주(15∼21일) 신청 건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의 의무휴업 지시 여파로 첫째 주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월 셋째 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200만건을 넘어 2주 전의 약 10배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를 기록했던 2차 오일쇼크 때(1982년 69만5,000건)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소비자들이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경색에 직면했다”며 “실직한 서민이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당국의 이동제한·의무휴업 조치 영향을 받는 레저·유통업 등이다. 21일 WSJ에 따르면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엇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직원의 3분의2가량을 일시 해고했다. 메리어트는 향후 2~3개월 동안 이 같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만 일시 해고자들에게 급여를 주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이 기간 동안 앞서 받던 월급의 20% 수준을 제공한다. 일시 해고 조치되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이 기간 월급을 20% 삭감 조치한다. 무디스는 미국 전체 일자리 1억5,300만개 가운데 절반가량인 8,000만개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감원을 결정하는 기업 수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 공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북유럽의 저가 항공사인 노르웨지안항공은 이미 7,300명의 감원을 발표했고 영국 항공사인 플라이비는 파산해 2,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스페인에서는 자동차 업계 종사자 10만명이 이미 감원됐다는 추정치도 있다. AP통신은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도 800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RBC통신에 따르면 옐레나 디보바 러시아 상공회의소 부소장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면 약 300만명의 기업인이 사업을 접고, 860만명이 실직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소상공인 약 3분의1이 매출이 계속 줄면 앞으로 3개월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의 소상공인들은 당분간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며, 일부는 완전히 파산할 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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