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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류중희 대표 "10년뒤 시장 지배할 스타트업 발굴...미래 보며 가치 키우죠"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인텔에 매각한 올라웍스 창업으로

AI 연구 공학도에서 기업가로 변신

2013년 지금의 액셀러레이터 세워

100개 기업 투자...가치만 1조 넘어

인류문제 풀 기술 보유가 기업의 핵심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의 선택지는

스타트업 찾거나 만드는 것밖에 없어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권욱기자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에 산업용 자율비행 드론을 만드는 ‘니어스랩’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어요. 풍력발전소에 있는 프로펠러에 생긴 미세한 금을 사람이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니어스랩의 인공지능(AI) 기반 드론이 이 균열을 찾고 시설에 미칠 영향까지 판단하는 거죠. 이처럼 우리 일은 (현재가 아니라) ‘10년 후의 관점’으로 기업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습니다”

23일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류중희(45) 퓨처플레이 대표는 “기존 경영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음에도 신사업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대기업이 많다”며 “이들의 선택지는 스타트업과 힘을 합치거나 스타트업을 만드는 길뿐”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한편으로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대기업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한다. 벤처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 대기업에 성장을 위한 솔루션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컨설턴트’와 같은 면모를 두루 섞었다고 할까.

실제 퓨처플레이를 통해 투자한 기업은 100개에 이른다. 설립 6년 만에 이룬 성과다. 투자한 기업 목록만 봐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를 망라한다. AI 분야에 올거나이즈를 비롯해 자율주행의 SOS랩, 헬스케어의 뷰노, 로보틱스 분야의 럭스로보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투자가치만 해도 1조원을 웃돌 정도다.

류 대표는 투자자로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당장의 투자보다 ‘100개 기업’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류 대표는 “우리가 풍력발전소에 드론 업체인 ‘니어스랩’을 소개해준 것처럼 100개 기업은 곧 문제에 봉착한 기업의 ‘100개 답안지’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을 폈다. 실제 퓨처플레이와 신산업을 찾아 나선 대표 기업은 아모레퍼시픽·만도·농심·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있다. 퓨처플레이는 평균 1개 프로젝트(기업 문제 해결)에 약 10개월을 쏟는다. 그만큼 공을 들인다. 류 대표는 “스스로 기업이 파악한 문제와 우리가 지적한 문제 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을 때가 적지 않다”며 “예를 들어 공장에서 전기가 낭비되는 상황을 AI로 제어할 수 있었는데, 그간 기업은 이런 상황을 문제로 인지하지도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업에 ‘퓨처랩’이라는 리포트를 제공한다”며 “여기에는 회사가 오는 2030년에 변화해야 할 방향, 글로벌 경쟁사의 전략, 미래에 필요한 특허와 이 특허를 가진 스타트업 현황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의 ‘처방전’에는 아예 ‘기업 창업’도 있다고 한다. 시장에 마땅히 인수할 기업이 보이지 않으면 기업에 “스타트업을 창업하라”고 조언한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우리는 미래에서 온 ‘통역사’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만큼 미래에 가치 있는 사업을 기업에 주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도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고객이라 할)기업들에 ‘10년 후가 궁금하거나 새로운 산업에 대한 통역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주저 없이 우리에게 연락을 달라’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류 대표의 업무는 벤처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실제 그는 이 생태계를 속속들이 경험했다.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기·전자공학과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지난 2006년 증강현실 업체 올라웍스를 창업했다. 올라웍스는 얼굴과 동작을 인식하는 기술, 증강현실 기술 등에서 세계 여느 기업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우량업체였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되던 이 기술을 눈여겨보던 인텔은 2012년 전격적으로 올라웍스를 350억원(시장 추정가)에 인수했다. 글로벌 기업인 인텔이 국내 벤처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다. 류 대표는 “당시 AI·증강현실이 동시에 가능한 기업이 대만·스웨덴·이스라엘에도 있었고 한 곳씩 글로벌 기업들에 인수됐다”며 “올라웍스는 인텔과 인연을 맺은 것인데 기업 매각에 대한 상세한 과정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인텔은 ‘프로였다’”고 회상했다.

그가 스타트업 투자·육성업체인 퓨처플레이를 창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때 ‘짜릿했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잭팟을 터트리는 데 안주하지 않고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류 대표는 자신이 창업해서 매각한 올라웍스와 같은 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류 대표는 “기술의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현재 AI 기술만 해도 과거 퓨처플레이 창업 당시와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이라며 “단적인 예로 이제는 창업자의 국적에 대한 구별이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국경이 없어진 생태계’를 설명할 수 있는 인상적인 창업자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와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를 꼽았다. 하 대표는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2017년 서빙 로봇을 만들어 북미 주요 식당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 일본의 소프트뱅크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창업한 모바일 정보 분석기업인 ‘파이브락스’를 2014년 미국의 플랫폼 기업인 탭조이에 매각했다. 류 대표는 “베어로보틱스는 대표와 몇 분을 제외하면 한국인이 거의 없다”며 “올거나이즈도 한국에 연구개발센터가 있지만 주요 고객은 일본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어느 나라 창업가의 회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류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런 미래형·기술중심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저변이 상당히 약하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올라웍스를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사례가 나오는 데는 7년이 걸렸다. 바로 수아랩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된 AI 스타트업 수아랩은 몸값이 약 2,300억원으로 평가되면서 올라웍스가 세운 기록을 깼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게 류 대표의 판단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이 4조원을 넘겨 제2 벤처붐이 다가왔다는 기대가 크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의 관계를 대립적 구도로만 보고 있는 데 따른 성장통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기업으로 매각된 것으로 인한 배달애플리케이션 독과점 우려,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권욱기자


류 대표는 “정부와 대기업이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부분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대기업 직원은 대기업 안에서 신사업을 만들 동기가 부족하다”며 “전통적으로 대기업은 ‘로 리스크, 로 리턴(low risk, low return)’이기 때문에 더욱 인정받기를 원하는 대기업 인재들은 직장을 나와 스타트업을 찾게 된다”고 봤다.

국내 투자 심사역의 경쟁력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류 대표는 “상당수 정부 펀드의 투자 심사역은 글로벌 경험이 없고 문과 출신이 많아 기술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낮다”며 “(저는) 이제 국내 학회는 안 가고 해외 학회만 나가는데, 이 업계에서 의외로 해외 학회를 찾는 사람들이 없다”고 꼬집었다.

기술 스타트업을 키우지 못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분야로는 AI를 꼽았다. 류 대표는 “AI가 사람을 편하게 하는 기술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며 “기업과 산업에 기회이자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황을 분명하게 경고하기 위해 류 대표가 문을 연 곳이 바로 공유미용실 ‘쉐어스팟’이다. 미용실은 10곳 중 4곳이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과포화지만 재설계를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류 대표는 “서비스에 변화 없이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으로 점주가 폐업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변화를 통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He Is… △1974년 서울 △1992년 서울과학고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사 △2003~2011년 KAIST 경영대학원·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 △2006년 올라웍스 창업 △2013년~ 퓨처플레이 대표 △2019년 컴업(COMEUP) 실무위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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