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등의 부정부패·비리를 파악하고 점검하는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이달 초 추진단으로 이름을 바꾸고도 첫 실적 공개 때부터 기존 부패예방감시단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국무총리가 바뀔 때마다 조직 이름이 바뀌면서 대국민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실무진들까지 혼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단독] 부패예방감시단→추진단 변경··· 文정부 말까지 활동 보장
26일 국무총리실은 ‘과수생산시설현대화 지원사업 운영 실태 점검 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이라는 과거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자료의 담당 부서도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시단 사회공공2과로 명시했다.
문제는 이 조직의 이름이 지난 9일 부로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국무총리 훈령 이름부터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으로 변경하고 바로 발령했다. 오는 31일까지였던 활동기간도 문재인 정부의 임기를 꽉 채운 2022년 6월30일로 바꿨다.
이번 발표는 조직 이름을 바꾼 뒤 국민들에게 선보인 추진단의 첫 실적이었다. 하지만 실무자조차 자기 조직 이름을 혼동하면서 국민들까지 혼선을 겪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담당 업무는 대동소이한데도 총리 교체 때마다 조직명만 계속 바꾼 탓이다. 국무조정실은 본지 지적 이후 자료를 수정해 다시 배포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최근에 이름이 바뀌다 보니 실무진도 명칭을 헷갈리는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부패예방추진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7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산하에 ‘부패척결추진단’이라는 이름의 임시기구로 출범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혁신 작업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명목에서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법무부·검찰청·국민권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국세청·관세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총집합했다. 주요 업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부패·비리 소지가 있는 분야에 대한 실태 파악과 원인·대책 분석이다. 공직 부패 점검을 관리·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문제발생 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 부당금액 환수 같은 행정처분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추진단이라는 명칭으로 활동하던 이 조직은 2017년 6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지시로 부패예방감시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활동시한도 2년 더 연장됐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권이 교체된 직후였던 만큼 부패예방과 감시활동을 더 철저히 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다 올 1월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하면서 감시단의 이름은 다시 추진단으로 돌아왔다. ‘감시’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는 국회의 지적 때문이었다.
한편 이날 추진단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2004년부터 과수농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한 과수생산시설 현대화 지원사업을 점검한 결과 사업계획 미공고, 공고기간 미준수, 사업자선정위원회 심의 생략, 공개경쟁대상 사업 수의계약 체결 사례 등을 적발하고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부정수급·횡령 등 중대 위반 사례는 없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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