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첫 피의자 구속에 성공하면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수사에 숨통이 트였다. 검찰은 그동안 수 차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종필 전 라임투자자문 부사장 등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가 늦어지면서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첫 구속 수사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박원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본부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고,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체포된 임 전 본부장은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투자해 주는 대가로 리드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처럼 속여 480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임 전 본부장은 보직 해임 상태였다가 지난달 말 퇴사했다. 검찰이 이른바 ‘라임 사태’를 수사하면서 강제로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피의자 신병 확보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임 전 본부장 신병을 확보한 만큼 그가 진술하는 데 따라 금융투자업계 공범자 등 추가적인 피의자 체포나 구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임 전 본부장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0일. 이 기간 그의 추가 혐의 포착은 물론 공범 등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그의 구속 수사만으로는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풀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가 라임 사태와 관련해 문제가 된 펀드를 출시할 때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펀드의 설계 과정에 관여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는 하나, 실제 각종 범죄 혐의를 푸는 데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심모 전 신한금투 PBS 팀장 등 신병 확보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전 부사장 등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또 라임 관련 펀드 투자금을 집중적으로 유치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 WM(자산관리)센터장이 피해 투자자와 나눈 녹취록에 거물 로비스트로 등장하는 김봉현(46)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현재 수배 중이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에 인터폴 수배를 요청했다. 또 검거팀을 구성해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잠적한 이 전 부사장을 추적 중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품 출시 과정에 관여한 피의자 등에 대해서 검찰은 추가 정황 포착은 물론 진술 확보에 주력할 수 있다”며 “이는 다른 공범에 대한 구속 등 수사를 촉진하는 효과는 볼 수 있으나 핵심 피의자들이 도주 등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건의 본질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 과정에서 제기되는 불완전 판매나 개인 비리 등 혐의를 증명할 수는 있으나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정경 유착이나 코스닥 상장사를 둘러싼 검은 고리 등 추가적인 수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현재 이 전 부사장은 캐나다는 물론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 도주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수사가 난기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검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이들 핵심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는 자칫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가 라임 사건 수사팀에 검사 2명을 추가 파견하기로 한 데 따라 수사 인원은 총 11명으로 늘어난 바 있다. 이는 지난달 서울중앙지검(3명)과 서울동부지검(1명) 등에 이은 2차 추가 파견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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