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행정심판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잠시 보류했지만 결국 오는 7월 전에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뿐 아니라 관련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신청 거부 등 관계된 행정처분 불복 사건까지도 스스로 직접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수처에 별도의 행심위를 둬 행정심판을 직접 관할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심판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관보에 게재했다가 행정안전부에 곧바로 철회 의사를 밝혔다. 권익위가 관련 내용을 취소한 것은 공수처와 관련된 각 시행령을 한꺼번에 입법하자는 설립준비단의 건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권익위는 이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따로 입법예고하지 않았다.
다만 권익위는 공수처가 설치되는 7월 전까지는 관련 내용을 입법할 계획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가 독립적으로 시행령 개정 절차를 진행하려다 준비단의 건의로 일단 철회했다”며 “다만 공수처 설치 전까지는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행정심판법에 따르면 행심위를 별도로 설치할 수 있는 기관은 감사원·국가정보원·국회·법원행정처·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등이다. 이들 국가기관과 무관한 중앙부처·공공기관·광역지방자치단체 관련 행정심판은 권익위의 중앙행심위, 지역 시군구급 행정청 관련 사건은 지자체 행심위가 맡는다. 행정심판은 행정기관이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을 때 법원 소송에 앞서 간편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쟁송절차다.
수사기관 중에는 현재 검찰만 각 고등검찰청에 행심위를 두고 있다. 공수처 역시 독립성과 특수성이 인정되므로 해당 조직의 행정적 판단에 대한 이의 제기 심판을 제3의 기관이 아닌 스스로 맡겠다는 의미다. 지난 1월14일 제정된 공수처법에는 행정심판과 관련된 조문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감사원·국정원·국회·법원 등 행심위를 둘 수 있는 대다수 기관은 법령에 명시돼 있지만 권익위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근거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행령에 명시된 곳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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