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대학 발전을 위해 과감한 변화에 나선다. 학사조직 개편 등 체질개선을 통해 연구중심대학의 두 가지 핵심기능인 교육과 연구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UNIST의 혁신을 이끄는 이는 이용훈(사진) 총장이다. 전기공학자인 이 총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공대 학장과 교학부총장을 지내면서 대학 혁신과 미래 융합 인재양성을 앞장 서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 총장은 일성으로 “지금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잘 하는 대학’이었던 UNIST가 앞으로는 ‘해야 할 일을 잘 하는 대학’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구중심대학이 해야 할 일은 기술혁신의 속도를 뛰어넘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학술 분야에서는 노벨상 수상과 같은 업적을, 혁신 분야에서는 구글과 같은 세계적 기업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학사 교육 혁신을 UNIST의 첫 과제로 꼽았다. 이에 UNIST는 교육 혁신을 위한 학사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총장 중심의 운영체제에서 각 학과 중심의 운영체제로 변화한다. 학과 특성에 맞는 성장전략과 발전방향을 마련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변화의 핵심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학과별 특성을 반영해 도전정신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교과목을 신설하고, 실무 체험기회를 늘려 학생들의 적극적인 교육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교육이 기초과목과 응용과목 등 단계별 학습방식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UNIST는 기초부터 응용까지 한 과목 안에서 배우는 ‘수직형 강의’ 방식을 도입한다.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실습을 통해 연습해보는 것까지 동시에 진행하면서 몰입도와 흥미를 높이는 것이다.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6개월 이상의 학생 장기인턴제도(CO-OP) 등 새로운 교육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는 융합 지식과 경험을 갖춘 우수 인재 육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혁신은 인공지능(AI)의 도입을 통한 확장과 융합이 중심이 된다. AI를 중점 추진분야로 선정한 UNIST는 최근 AI 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AI 전문 인력 양성과 융합연구 선도 기반을 마련해 관련 연구의 성장을 지원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AI 대학원을 기반으로 ‘AI 혁신 파크’를 조성해 지역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선박,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헬스케어 등 동남권을 중심으로 한 AI 기반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울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규 사업 추진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울산시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연구소’ 설립을 협의하고 있으며 향후 설립될 산재공공병원과 연계한 ‘스마트 헬스케어 융합 대학원’ 설립도 추진한다. 반도체 소재부품 융합대학원을 유치, 울산의 정밀화학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소재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UNIST는 이들 신규 사업을 통해 세계적 연구역량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의 혁신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장은 “각 학과가 중심이 되는 분권화되고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혁신적 교육환경과 탁월한 연구 성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남을 따라가는 추격자가 아닌 누구보다 앞서 혁신을 이끄는 주도하는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UNIST의 미래를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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